[경제경영]´부자의 꿈을 이룬 14명의 보통 사람들´

  • 입력 2002년 10월 4일 17시 06분


◇부자의 꿈을 이룬 14명의 보통 사람들/게일 리버맨 앨런 라빈 지음 권치오 옮김/288쪽 1만원 창해

이 책의 주인공들은 미국의 백만장자 14명이다. 이들은 복권에 당첨되거나 거액을 상속받았거나 천재적인 능력을 타고 나지 않았으면서도 부(富)를 이뤘다. 이 책은 요즘 쏟아져 나오는 흔한 재테크 책이거나 ‘이렇게 해서 돈을 벌었다’ 류의 성공 스토리가 아니다. 백만장자들을 일일이 인터뷰 해 책으로 묶은 저자들의 시선은 ‘부(富)’의 이면에 닿아있다. 즉, ‘부’를 거머쥐기까지 겪었던 고통과 ‘부’를 이룬 이후의 삶을 다루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책을 읽다 보면 돈이란 과연 무엇인가, 우리는 왜 돈을 벌어야 하는가에 대한 보다 근본적 질문이 고개를 든다. 우선, 주인공들의 삶은 하나 하나가 극적(劇的)이다.

열 한살 때부터 구두닦이를 했던 스펄링은 대머리인 자신의 약점을 사업에 이용해 헤어(hair) 사업 분야에서 성공을 했다. 알코올 중독자 남편과 이혼하고 혼자 아이를 키우던 안젤라는 틈새시장을 파고 들어 온라인 출판사를 경영함으로써 엄청난 부를 얻었다. 스몰츠는 대학을 졸업하지 못했고 4만달러의 빚까지 있었지만 희귀 동전 거래사업에 뛰어들어 부자가 되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일찍 ‘돈’을 알았다. 어렸을 때부터 가난한 부모들로부터 늘 ‘열심히 일하면 일할수록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으며 거기에는 한계가 없다’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물건을 살 때는 신용 카드가 아닌 반드시 현금을 쓰도록 교육받았으며 수입을 초과해서 지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배웠다. 가난이 장애가 아니라 오히려 어릴 때부터 경제 교육을 받게 한 토양이 된 셈이다. 절약은 이들의 공통적인 생활방식이다. 그리고 일단 사업에 뛰어들면 늘 남과 다르게 되기 위해 노력했다.

이들은 스트레스에도 강했다. 대머리 이혼남으로 헤어 사업의 대부가 된 스펄링은 ‘파산이 임박했을 때에도 오후 5시나 6시가 되면 일을 끝내고 운동하러 가거나 야구경기를 구경하고 친구들과 외식을 했다. 성공하고 싶다면 스트레스 관리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자, 과연 부자가 된 후 이들의 삶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물론, 돈의 힘은 강력했다. 실력 있는 의사를 고용할 수 있었고 훨씬 편하게 살 수 있게 되었으며 더 좋은 교육을 받게 됐다. 그러나, 이것이 결론은 아니다. 이들 백만장자들은 ‘부(富)’라는 것을 경험해 보니, 이를 감당할 자격을 함께 갖고 있어야 하겠더라고 말한다. 모든 일이 그렇듯이,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부자가 된다고 해서 항상 좋은 일만 생기는 건 아니라는 것이 부자들의 경험담이다.

‘많은 사람들이 돈이 많으면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세상 일이 그렇게 만만치 않다. 돈이 많을수록 문제는 더 생기고 신경 쓸 일은 더 많아진다. 원하는 수준은 늘 상향조정되기 마련이고 그 수준을 유지하려면 훨씬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

‘내가 부자라는 사실이 언론에 노출되면서 다짜고짜 돈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다. 문제는 그들이 무조건 공짜만 바란다는 것이었다. “이것밖에 안 해 주는 거야?”하고 비난할 때는 너무 슬펐다.’

‘부자가 되니 사람들이 나를 인격이 아니라 재산으로 판단한다. 나는 내 돈을 바라보는 사람에 대해 항상 경계한다. 나는 누구지? 내 인생은 어떻게 될까? 나에게 목표가 있는가? 있다면 그건 뭔가? 이런 질문들은 부자가 된 후에도 감당하기 힘든 질문들이다.’

결국, 이들은 돈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을 하게 된다. 돈은 왜 버는 것인가?

‘성공했다고 생각하는 순간, 가끔 지금 누리고 있는 이 재산이 인생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 계속 묻게 된다. 로마나 플로렌스에 별장이 있거나 비행기, 요트를 갖고 있지 않으면 1년에 25만 달러 이상 쓰는 것은 불가능하다. 바닷가재나 스테이크를 먹으면 얼마나 먹을 것이며 레드와인 소스에 피스타치오를 첨가한 참치요리를 먹으면 얼마나 먹겠는가.’

‘나는 부자가 되기를 원했다. 그건 그 돈으로 많은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혼자만 쓸 생각이라면 4천만 달러를 벌 필요가 있겠는가. 이타적인 생각을 하면 좋은 인연이라든지 영적 에너지 같은 것들이 생겨난다. 그래서 돈이 좋다.’

돈은 결국 쓰기 위해 버는 것이라는 결론을 얻은 그들이 선택한 것은 자선 사업. 수입의 일부를 모교인 고등학교에 꼬박꼬박 기부한다든지, 다른 나라 가난한 아이들을 후원한다. 닷컴기업 백만장자 파크스는 혼자 사는 노인들을 도와주었고 태어나기도 전에 헤어졌던 생부(生父)에게도 재산을 나눠주었다.

돈은 중요하다. 현대 소비 사회에서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여의주와 같다. 아무 것도 보장해 주지 않는 이 사회에서 ‘빈곤’은 곧 불안이다. 돈은 많을수록 좋다. 그리고 그 다음엔? 이 책을 읽으면 미국이라는 최첨단 자본주의 국가가 운영되는 부(富)의 문화가 읽힌다. 우리네 부자들은 돈이 남으면 ‘증여’를 하지만 그들은 ‘기부’를 한다. 우리는 돈을 단지, 뭔가를 살 수 있는 매개 수단으로만 생각하지만 그들은 돈에 영혼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돈을 통해 삶과 시대를 뛰어 넘는 흔적을 만든다. 학교를 세우고 학자를 길러내고 다음 세대를 위해 쓴다. 부자가 존경을 받고 돈을 밝히는 것이 미덕이 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우리에겐 ‘무조건’ 돈을 버는 문화만 있지, ‘어떻게’ 쓰는 문화는 없다. 그리하여 우리에게 부자는 질시와 경멸의 대상이며 돈은 내놓고 밝혀서는 안 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제, 우리도 돈에 대한 철학과 돈을 어떻게 써야 하는가 하는 문화가 만들어질 때 국민소득 1만 달러의 벽을 뛰어넘는 성장이 가능하지 않을까.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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