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그런 新黨논의 왜 했나

  • 입력 2002년 9월 16일 18시 37분


63년 정당법이 제정된 이후 우리나라에선 모두 81개의 정당이 태어났다가 사라졌다. 평균수명은 3년2개월이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어제 내놓은 국정감사 자료는 그동안 우리 정당체제의 불안정성과 취약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정당이 이념이나 정책에 기반을 두지 않은 채 선거용으로 창당 분당되고 이를 위해 이합집산을 거듭했기 때문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지금 민주당이 벌이는 통합신당 창당 작업이 바로 그런 것이다. 두 달 넘게 안개 속을 헤매던 신당추진작업이 열매를 맺지 못하고 사실상 실패한 것은 ‘선거용’이라는 부끄러운 과거를 그대로 답습했기 때문일 것이다.

민주당 신당추진위는 어제 ‘그동안 추진해온 통합신당 노력이 좌절됐다’며 추진위 해산을 선언했다. 일부 중도계 의원들은 당 밖에 별도 신당추진기구를 구성해 집단탈당할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통합신당이라는 거대한 계획은 간 곳 없이 오히려 분당 위기로 치닫고 있으니 이것이 선거 패배 후 거듭 태어나겠다던 민주당의 모습인가. 대통령선거는 다가오는데 무엇을 어떻게 하자는 것인지 민주당의 지리멸렬이 혼란스럽기만 하다.

신당이 제구실을 못하는 우리 정치의 대안이 되려면 국민의 여론과 소망을 반영하는 정책과 이념을 갖고 거기에 걸맞은 인적구성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민주당의 신당작업은 이같은 희망을 담아내지 못했다. 어떤 신당이 되어야 한다는 공감대도 확립하지 못한 채 오로지 노무현(盧武鉉) 후보로는 안된다, 반 이회창(李會昌) 세력을 한데 모아야 한다는 등의 ‘전략적’인 생각에만 매달려 일을 진행해 왔다. 국민경선까지 치러 후보를 뽑아놓고 각각의 세력들이 또 다른 길을 모색한 것을 이제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이 과정에서 드러난 추악한 집안싸움으로 민주당과 국민의 거리는 더욱 멀어졌다.

민의를 수용하지 않은 채 선거용으로 급조되는 정당은 어떤 명분을 내걸어도 실패할 수밖에 없다. 한국의 40년 정당사가 이를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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