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기타]"유학와서 참교육 만났어요" '서울대보다…'

  • 입력 2002년 7월 5일 18시 03분


《인간 됨됨이보다는 이기적인 공부벌레가 칭찬 받는 한국적 교육시스템. 창의력을 키우기 보다는 똑같은 규격의 제품을 찍어내듯 아이들을 획일적인 사고의 틀 안으로 몰아 가고 있다. 각각 미국과 영국에서 아이를 키운(키우고 있는) 한국 엄마들을 만나 봤다. 이들이 소개하는 교육 현장이 우리와 어떻게, 왜 다른지 알면 우리 교육이 가야할 길을 찾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

"미국 교육의 핵심이요? 히딩크 감독이 보여주는 바로 그대로예요. 창의성 공정성 투명성이죠. 하나를 덧붙인다면 ‘봉사’.”

글로벌 시대에 뒤로만 가는 우리 교육이 너무 안타까워 직접 팔을 걷고 나선 김성혜씨(57). 지난해 출간한 ‘서울대보다 하버드를 겨냥하라 1’(물푸레)에서 틀에 박힌 한국의 교육시스템에 선진 교육시스템이 도입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1권을 쓸 때만 해도 유학을 적극적으로 권하는 입장은 아니었다.

“2권을 준비하기 위해 미국 내의 여러 학교를 돌아보면서 마음이 바뀌었어요. 아주 시골학교까지 한국 유학생이 없는 곳이 없더라구요. 집안 형편이 넉넉지 않은 유학생들도 많이 봤구요. 열심히 적응해 가는 모습에 코 끝이 찡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어요. 가장 중요한 건, 그 아이들이 너무 행복해 한다는 거예요.”

최근 출간한 ‘서울대보다… 2’(물푸레)에서는 유학 준비부터 실제 저자가 만나본 유학생들의 생활, 영어공부법까지 정리했다.

유학생활 동안 문화의 차이로 겪을 수 있는 어려움과 해결책을 담은 제 2장 ‘유학 준비 이렇게 하라-생각도 습관도 바꿔야 한다’가 특히 눈길을 끈다.

미국 원더랜드 애비뉴 초등학교의 자유로운 수업시간

외국 가정에서 홈스테이를 할 경우,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질문을 삼갈 것 △화장실 사용법 △언제나 방문은 조금 열어 놓고 지낼 것 △모임에 초대 받았을 때의 옷차림 등 한국적 사고방식으로는 좀처럼 알 수 없는 것들을 엄마처럼 꼼꼼히 챙겼다.

“미국에서는 공부만 하는 아이를 아무도 칭찬해 주지 않아요. 오히려 걱정하지요. 사람이라면 원만한 대인 관계도 가져야 하고, 다른 사람과 잘 어울리는 사회성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요. 공부도 중요하지만 유학을 통해 그들의 생활과 문화를 보고 배우는 것이 더 의미있어요.”

저자는 “모든 학생들을 붕어빵처럼 결국 똑같이 만들어 내고마는 평준화 교육, 위화감을 없앤다며 개성도 우열도 없이 지침대로만 따르도록 하는 교육 정책으로는 21세기를 이끌어 갈 인물을 기를 수 없다”고 따끔하게 지적한다.

“잘만 키우면 4강도 해내는 우리나라 아이들을 그렇게 키우지 못하는 시스템이 문제죠.”그는 “할 수 있다면 유학도 가고, 그 밖의 무엇이든 색다른 방식,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다양성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의 큰 미덕은 ‘공평함(fairness)’이죠. 그리고 뭐든지 잘하는 사람을 북돋아 줘요. 상하관계보다는 횡적인 관계가 성숙해 있어 70세의 할머니와 초등학생도 ‘친구’가 될 수 있죠. 사대주의적 발상이라고 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경직된 우리 사회 분위기에서 교육을 시키기가 안타깝고 염려스러운 거예요.”

원로 철학자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의 장녀인 김씨는 이화여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1966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교육학 석사학위를 받은 뒤 30년간 미국에서 생활하다 1996년 귀국했다. 남편은 아주대 의대 교수이고 외아들은 미국에서 의사로 일하고 있다.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영국의 교육부가 교사들에게 ‘공부 좀 많이 시켜 주십시오’라고 주문한다면, 영국의 보통 어머니들이 반사적으로 보이는 반응은 ‘학교는 재밌어야 돼요!’라는 거예요.”

최근 ‘영국학교 시민교육’(땅에쓰신글씨)을 출간한 김헌숙씨(42). 올해 영국 생활 10년째를 맞는 그는 책에서 한국 엄마의 눈으로 본 영국 교육 및 사회를 생생하게 소개한다.

“영국 교육은 자유 평등 독립 등 민주 사회의 덕목을 체득한 시민을 기르는 데 목표를 맞추고 있어요. 민주 시민은 그에 맞는 시민적 지성과 도덕성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지요. 지성 교육의 초점은 창의력과 상상력을 최대한 발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도덕성 교육은 개인주의와 공동체주의를 함께 습득하도록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춥니다.”

영국 및 서유럽 국가 국민들의 생활 신조는 ‘천재이든 백치이든 거지이든 똑같은 한 사람으로서 귀함을 지녔다’는 것. 자아를 소중히 여기는 만큼 타인도 존중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한국 엄마들은 아이에게 ‘반에서 누가 공부를 잘 하니?’라고 묻곤 합니다. 그러면 아이는 ‘누구는 수학을 잘하고, 또 누구는 달리기를 잘하고, 또 다른 아이는 그림을 잘 그리고…’ 이렇게 답을 해요. 한국식의 우등생이나 성적 개념이 아니죠. 사람의 자질은 조금씩 다 다르기 마련이고, 어느 자질이 다른 것보다 낫거나 못하지 않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갖게 만들어 줍니다.”

영국 셰필드 윈드밀힐 스쿨의 유치부 어린이들이 두루마리 휴지를 쓰고 남은 종이심과 자투리 헝겊으로 인형을 만들고 있는 모습

저자는 “영국에서의 교육은 99%가 학교의 몫”이라고 말한다. 부모들은 세금을 내는 것으로 할 일을 했으니 정부가 시민을 키우라고 생각한다는 것. 부모가 해야 할 일은 아이가 자신의 일을 성실히 하는 법을 배워가도록 격려하는 것이다.

“외관만 봐서는 한국의 학교와 영국의 학교간 큰 차이가 없어 보여요. 그러나 보이지 않는 정신적인 면에서는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어요. 우선 경쟁의식이 없어요. 아이들 각자가 가진 자질을 평등하게 대하기 때문이에요. 둘째로는 전인교육이라는 분명한 목표 아래, 학생들의 행실에 대단한 관심을 기울여요.”

김씨는 “영국은 매우 안정적이고 평온한, 어떻게 보면 사람들이 게으르고 재미없게 사는 것 같은 분위기지만 사람답게 산다는 느낌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한국에서의 생활이 전체적으로 현대 도시의 삶이라고 한다면, 영국은 전원풍의 소도시를 연상시키지요. 한국에서 온 학부모들은 학교와 교육이 이렇게 평화로울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곤 한답니다.”

저자는 “유학 때문이 아니라도 영국에서 한 때 살아 봄직하다. 그러면 인간다운 삶을 배울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무엇이 인간다운 삶이냐구요? 단지 영어만을 배우기 위해서나, 도피성 유학으로 오는 사람들 눈에는 아마 잘 보이지 않을 거예요.”

김씨는 이화여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에서 서양사학으로 석사한 뒤 영국 에섹스대에서 박사과정 중이다. 남편은 에섹스대 종신교수로 경제학을 강의하고 있고 중등학교 2학년 초등학교 4학년짜리 아들 둘이 있다.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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