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일본]“한-일국민 더욱 가까워졌다”

  • 입력 2002년 6월 28일 19시 15분


월드컵은 일본에 무엇을 남겼는가. 결승전(30일)과 3,4위 결정전(29일)만을 남겨놓은 가운데 공동개최국 일본도 ‘월드컵 결산’에 들어갔다.

월드컵 본선 진출 두 번째만에 16강에 들어간 일본대표팀에 대한 결론은 ‘만족’이다. 18일 터키와의 8강전에서 패했을 때 대부분의 신문과 방송들은 “꿈을 이루게 해줘 고맙다”는 표현으로 일본팀을 격려했다. “조금더 분발했으면…”이나 “이길 수도 있었는데…”라는 지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러나 나중에 “16강 진입에 너무 만족해 투지를 잃었던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긴 했다. 한국팀이 4강까지 올라간데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한국을 다시 봐야 한다’거나 ‘한국에게 배워야 한다’는 의견도 많이 나왔다.

한국과의 공동개최는 ‘성공적이었다’는 평가가 주류다. 한 때 공동개최가 아니라 ‘분산개최’라거나 ‘경쟁개최’라는 지적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대회운영에 별다른 문제점이 없었던데다, 양국팀이 모두 기대이상으로 선전함으로써 안도하는 분위기다. 팀의 성적이나 대회운영보다 더 중요한 결실을 얻었다는 지적도 많다. 늘 과거사 문제로 삐걱대던 두 나라가 ‘공동의 목표’를 위해 협력했고, 양국 국민들도 진심으로 상대방을 응원하게 된 것은 앞으로 양국관계 개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일본에는 월드컵을 앞두고 2,3년 전부터 각 신문, 방송에 한국을 소개하는 보도가 홍수를 이뤄 일본속의 한국은 부쩍 커진 느낌이다.

숙제도 없지 않다. 우선은 일본축구팀의 목표설정이 고민거리로 등장했다. 한국이 아시아최초로 4강에 진입함으로써 일본은 동기유발을 위해 여기에 걸맞는 목표를 세워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그러나 4년후 독일대회에서 그 목표를 달성할지는 미지수다.

엄청난 돈을 들여 만든 월드컵 경기장들을 어떻게 활용할지도 일본의 고민거리다.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지만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곳의 경기장에 대한 고민은 더욱 크다.

한국과의 연계도 중요하다. 모처럼의 월드컵 분위기를 경기력 향상으로 이어가는 작업이 필요하다. 한국 일본 중국이 참여하는 축구정기전이 논의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기에 북한이 참여하면 더 좋을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월드컵에서 아시아국가에게 배당된 3.5매의 티켓을 5매로 늘리는 작업도 급선무다. 한국과 일본은 이번에 공동개최국으로 예선없이 월드컵에 참가했지만 3년후에는 다시 지역예선전에서 맞붙어야 한다. 양국 축구가 함께 발전하기 위해서는 ‘파이’를 늘릴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국제축구연맹(FIFA)을 상대로 이번 월드컵에서 발생한 공석 문제를 철저히 추궁하기 위해서도 양국은 손을 잡고 공동전선을 펴야 할 필요가 커졌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