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칼럼]김철규/´환경미화원´기사 미담보다 심층…

  • 입력 2002년 6월 28일 18시 47분


2주 동안 우리는 새로운 세계를 경험했다. 16강, 8강, 그리고 4강…. 월드컵은 우리의 낮과 밤을 지배했고, “대∼한민국”은 한국인들의 공통 구호가 되어 서로를 이어주었다.

그러나 월드컵의 뜨거운 열기 속에서도 세계는 돌아갔고, 각종 뉴스거리들은 월드컵 기사에 밀려 자기 몫만큼 지면을 차지하지 못했다. 다른 신문과 마찬가지로 동아일보에도 월드컵 관련 기사가 홍수를 이루었다. ‘일반 기사’들을 배려하는 지면 조정이 있었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그동안 그늘에서 수고한 사람들을 돌아본 것이 27일자 A23면의 환경미화원들에 관한 기사였다. 서울 광화문과 대학로에서 수십만명이 모여 벌인 축제가 끝나고 난 뒤 엄청난 쓰레기와 전쟁을 벌였던 환경미화원들의 숨은 노고를 취재한 것은 시의적절했다.

이 기사에서도 아쉬움은 남는다. 환경미화원들의 공로를 칭찬하다보니 그들의 어려움에 대한 심층적인 취재에 이르지 못했다.

한국 팀이 야간 경기를 하는 날은 “전혀 잠을 자지 못했다”는 보도는 결국 그만큼 노동 강도가 셌다는 얘기이다. 인원을 임시로 보충해서라도 교대로 잠은 재웠어야 하지 않았을까.

평소 낮은 보수와 사고 위험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데 잠까지 빼앗아서야 되겠는가. 피상적인 ‘미담’식 보도는 지양되어야 한다.

13일 충격적인 사건이 중국 베이징에서 일어났다.

탈북자들을 끌어내기 위해 중국 공안이 한국총영사관에 무단으로 들어가고 외교관들을 폭행한 것이다. 공관이 가진 국제법상의 위치를 고려할 때 이는 ‘6·13 침략’으로 불릴 만한 심각한 사태였다.

동아일보는 사설 및 관련 기사를 통해 이 사태의 문제점을 제대로 짚어냈다.

우선 16일자 사설에서는 중국의 비상식적인 대응에 대해 국가적 양심마저 의심케 하는 처사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번 사태는 탈북자들을 한국으로 보내는 데 양국이 합의하고, 무단 진입과 외교관 폭행에 대해 상호 유감을 표명하는 선에서 마무리되었다. 어이없는 결말에 대해 24일자 사설은 한국 정부를 강하게 비판하였다.

즉 이번 합의가 손상된 외교주권을 회복하지 못한 저자세 외교로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정확하게 지적하였던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같은 날 A3면에 실린 관련 기사들이 컬러 사진까지 담은 ‘내가 본 히딩크’라는 글에 밀려 눈에 잘 띄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사안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히딩크 감독 관련 글은 다른 면으로 옮겼으면 좋았겠다.

그밖에 박경리 선생과 최재천 교수의 생태학적 삶에 대한 대담(19일자 A18면)과 북한산 관통도로 건설을 반대하며 속세에서 선을 닦는 수경스님(22일자 A17면)에 관한 기사도 귀한 글들이었다.

김철규 고려대 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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