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의 자아경영]'HR 스코어카드'

  • 입력 2002년 6월 28일 17시 58분


◇ HR 스코어카드/브라이언 E. 베커 등 지음 최동석·황성 옮김/328쪽 1만5000원 세종서적

최고의 축제였다. 모두 붉은 악마였고, 모두 축구대표선수였다. 어떻게 우리 모두 그렇게 잘할 수 있었을까?

히딩크가 한국에 와서 가장 처음 한 것은 한국선수들에 대한 냉정한 측정이었다. 평가 기준은 체력, 정신력, 전술, 개인기 등 4가지였다. 이 과정을 통해 그는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체력과 정신력이라고 평가했다. 1년 6개월 동안, 유럽인들에 비해 떨어지는 체격 조건은 체력 강화를 통해 스피드와 민첩함으로 전환되었고, 남미인들에 뒤지는 개인기술은 조직력과 전술로 대응할 수 있게 되었다. 결국 그는 강력한 체력과 자신감으로 90분간 그라운드를 쏜살같이 누비는 ‘전원 공격 전원 수비’의 가공할 한국형 압박 축구를 만들어 냈다. 먼저 평가하고, 가능성 위에 전략적 초점을 집중시킴으로써 유럽과 남미 사이의 제 3의 길, 즉 아시아 축구 모델의 가능성을 발견해 낸 것이다.

축구 선수가 승리를 만들어 내듯, 인간은 성과를 만들어 낸다. 성과는 스코어카드다. 스코어가 승패를 결정하지만 그것은 오직 결과일 뿐이다. 좋은 스코어는 도대체 어떤 요소들이 어울려 만들어 낸 결과일까? 조직력, 기술력, 체력의 결과일까? 아니면 정신력, 투지, 열정, 몰입 등의 결과일까? 섞인 것일까? 섞였다면 그 섞임을 결정하는 최적화 함수가 존재할 것이다.

그게 무엇일까? 이것은 오랜 동안 모든 경영형태의 오래된 숙제였다. 인간이라는 비물질적인 자원을 전략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승리라는 최고의 성과를 만들어 내고 싶었던 것이다.

지금의 승리는 과거의 의사결정이 잘되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경영자들이 재무적 성과에 기초하여 의사결정을 내린다. 이것은 마치 백밀러를 보고 운전하는 것과 같다. 결과라는 후행지표로는 미래에 접근할 수 없다.

우리에게는 선행지표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90년대 어려움을 겪었던 시어즈로벅은 투자자에게 매력적인 곳이 되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고객들이 쇼핑하기에 매력적인 곳이 되어야했고, 그러러면 더 먼저 직원들이 근무하기에 매력적인 곳이 되어야 했다. 그들은 직원 만족도라는 선행지표를 4% 향상시켰다. 그랬더니 직원-고객-수익 사슬(employee-customer-profit chain)을 통해 후행지표인 시어즈로벅의 시장가치가 2억 5000만 달러나 향상되었다.

이 책은 정확하게 측정이 불가능한 ‘사람’ 이라는 무형적 자산의 적절한 평가에 대한 모색이다. 바로 ‘직원들이 가치를 창출하는 방법’과 ‘가치창출 프로세스를 측정하는 방법’을 이해함으로써 HR의 전략적 역할과 기업의 재무적 성과 사이의 신뢰할 수 있는 함수를 파악하려는 시도다.

HR에 관심이 있는 직장인과 경영자의 일독을 권한다. 좀 더 재미있고 쉬운 책이 될 수도 있었을 텐데 쉽게 읽히지 않는 단점이 있다.

변화경영전문가 bhgoo@bhg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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