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무리한 환율개입 잃는 게 더 많다

  • 입력 2002년 6월 8일 23시 03분


정부가 급격한 환율하락을 막기 위해 달러를 사들이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무리한 시장개입은 바람직하지 않다. 인위적인 시장개입은 환율하락을 한때 막을 수 있을지 모르나 외환시장을 왜곡시켜 환투기 등 부작용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일시적으로 오른 환율이 다시 큰 폭으로 떨어지면 시장정보에 어두운 중소기업들만 오히려 피해를 보게 된다.

달러당 1300원대를 유지하던 원화 환율이 두달도 안돼 1220원대로 떨어지자 전윤철(田允喆) 경제부총리가 시장개입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으나 별 효과가 없다. 정부의 대책예고에도 불구하고 환율하락이 지속되고 있는 것은 그 대책이 이미 약효가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박승(朴昇) 한국은행 총재도 “달러를 직접 사들일 수도 있다”고 나섰으나 시장의 반응이 역시 시큰둥한 것은 같은 의미를 갖는다.

환율하락은 세계적인 달러약세의 영향도 있으나 외환 수급조절을 제대로 못한 정책 실패에도 원인이 있다. 국내 시장에 달러가 넘치는데도 정부가 은행과 공기업의 외자유치와 주식매각을 무리하게 서두르는 바람에 달러가 과잉 공급된 측면이 있다. 외자유치에 완급을 조절하지 못해 환율이 급락하고 수출이 어려워지게 됐다면 정부도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환율변동에 따른 기업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수출보험공사의 환변동보험을 활용하는 대책을 추진하겠다는 전윤철 경제부총리의 발언에도 문제가 있다. 이런 정책을 펼 경우 기업들이 기술개발이나 생산성 향상에 나서기보다 환율에 의지해 수출경쟁력을 유지하려는 게 과거의 경험이고 보면 과연 올바른 정책인지 의문이다. 궁극적으로 환율변동으로 인한 피해를 막는 일은 기업이 선물시장 등을 통해 스스로 해야 한다.

정부는 환율의 등락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말고 환율변동을 극복할 수 있도록 기업 체질을 강화하는 정책을 선택해야 한다. 이를 위해 먼저 해야 할 일은 무리한 개입을 자제하고 환율 결정을 시장 자율에 맡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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