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지금]한국 '16강 진출' 확률 60%

  • 입력 2002년 5월 20일 18시 15분


"한국의 16강진출 가능한가요? 일본은 가능할 것 같던데."

이 질문을 받은지 벌써 몇번째인지. 일본 아사히신문 스포츠기자라는 말에 술 친구를 비롯 미디어 관계자, 택시 운전기사까지 물어왔다.

나는 작년 가을부터 똑같은 답을 하고 있다. "한국이나 일본 ,두 나라 모두 확률은 60%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씁쓸한 표정이다. 대표팀 성적이 만족스럽지도 않고, 본선에서 맞붙을 폴란드, 미국, 포르투갈 역시 일본이 상대할 벨기에, 러시아, 튀니지 보다 힘든 상대들이다. 여기에 자국 대표들에 대한 비판적인 풍조와, 자학적인 국민성이 비관론을 조성하게 만든다.

'홈 경기의 잇점이 있다' '대표팀 상태가 점차 좋아지고 있다' '일본 상대국도 쉬운 상대는 아니다. 반대로 한국이 싸울 나라들에게 한국 역시 만만한 상대는 아니다…'. 이렇게 '60%'의 근거를 설명해 보지만 형식적인 말로 여겨지는듯 하다.

그러나 16일 스코틀랜드전에서 4-1로 쾌승하면서 16강 진출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다. 지금까지 수비조직 정비를 우선으로 내세워 득점보다는 경기장악력을 중요시하던 히딩크 감독 이었지만, 지난 4월 27일 중국전까지 5게임 연속 무실점을 기록하자, 드디어 공격력 강화에 힘을 쏟기 시작했다.

포메이션은 3-4-3. 체력은 거의 완성에 이르렀고 전방에서의 압박이 격렬해지면서 상대 진영에서 볼을 빼앗는 기회가 많았다. 이와 더불어 '리베로' 홍명보나 수비형 미드필더 이영표에게 기회를 봐서 과감히 공격하라는 지시가 있었다. 실제 이 둘은 공격을 노리고 있었다.

후반에 교체투입된 포워드 안정환과 미드필더 윤정환(오사카)은 눈에 뛰는 활약을 보였다. 둘 다 미들슛으로 득점하였고 마지막에는 절묘한 패스를 주고 받아 안정환이 2번째 골을 넣었다.

히딩크 감독에게 '체력적인 면이 문제'라는 지적을 받았던 안정환. 그리고 테크닉은 뛰어난 선수지만 '수비 할 수 없는 선수는 필요없다' 라며 찬밥신세였던 윤정환. 하지만 시합후, 히딩크감독은 "흐름을 바꾸고 싶을 때가 반드시 있다. 선발출전 멤버 11명 외의 다른 선수들도 엇비슷한 기량을 갖추고 있으면 수준 높은 시합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히딩크감독은 안정환과 윤정환을 교체 선수로 투입, 경기의 흐름을 일순간에 바꾸는 '조커'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는 것 같다.

스코틀랜드는 월드컵 유럽 예선에서 떨어진후 세대교체를 한 지도 얼마 안된 상대이긴 했지만, 취재에 응하는 한국 선수들의 모습엔 자신감이 넘쳐흘렀다. 한국은 21일 잉글랜드, 26일 프랑스와 평가전을 갖는다. 월드컵 직전에 우승 후보와 벌이는 이 두 경기의 결과가 주목된다. 좋은 결과를 얻는다면 본선에서 상승요인이 될 수 있지만, 아니면 자신감을 상실할 가능성도 있다. 16강 진출 확률은 "60%"라고 대답해 두자. 최종 예상은 이 두 시합을 지켜 본 후 말하고 싶다.

나까코우지 토오루<아사히신문 스포츠부 기자>

▼1968년 3 월생. 도쿄 출신. 1991년 아사히 신문사 입사. 도쿄본사 운동부, 코후 지국, 나고야 본사 운동부, 오사카 본사 운동부를 거쳐, 2001년 5월부터 서울 지국. 이 기간 동안 주로 축구를 취재. 오사카 본사 시절 1999년 6월부터 1년간, 한국 연세대학교 어학당에 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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