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 칼럼]김철규/´대선후보 검증 시리즈´적절한 기획…

  • 입력 2002년 5월 17일 18시 35분


신문은 이제 일방적인 정보 생산자와 제공자 역할에 그쳐서는 안 된다. 그런 의미에서 5월 3일자 A27면의 ‘동아일보에 바란다’는 바람직한 기획이었다. 서울-수도권 독자위원회의 독자위원들이 모여 동아일보에 대한 바람과 비판을 전달함으로써 독자와 신문의 쌍방향적의사소통을 시도하였기 때문이다.

10명의 독자위원들이 동아일보사 사장 및 오피니언 팀장과 함께 동아일보 지면에 대한 심층적인 논의를 했던 것 같다. 여러 사람들이 모여 나눈 얘기를 짧은 지면에 싣다 보니 많은 얘기가 생략되었겠지만 행간을 읽어보면 동아일보에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소중한 ‘충언’들이 눈에 들어온다.

독자위원들이 지적한 ‘동아일보의 논조’ 문제, 노무현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언론관에 대한 동아일보의 ‘황당’한 ‘흥분’, 그리고 ‘정체성’ 등은 그 자리에서 나누었을 대화의 깊이와 문제의식을 보여준다.

독자와의 의사소통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상기한다면, 앞으로 ‘동아일보에 바란다’에 거는 기대가 크다. 거기에 더하여 한 가지 부탁을 하자면, 다음 독자위원회 모임 뒤에는 담당 기자의 정리 기사와 더불어 독자위원이 직접 쓴 글이 하나 게재되었으면 좋겠다.

5월 13일부터 연재되고 있는 ‘선택 2002’ 대선후보 검증 시리즈는 한나라당 이회창 대통령 후보와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 후보를 무명 시절부터 추적해 심층 분석한 것으로, 시의적절한 기획이다. 사안의 중요성 때문에 많은 독자들이 이 기사를 꼼꼼히 읽고 있는 것으로 안다.

독자위원들이 지적한 노 후보에 대한 동아일보의 그동안의 ‘흥분’을 고려할 때 이 기획의 성공 여부는 공평성 유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편집자도 같은 인식을 하고 있는지 기사 앞머리에 ‘최대한 객관성과 균형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16일까지 게재된 3편의 기사들은 내용 면에서는 대체로 양 후보를 균형 있게 평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사에 달아 놓은 제목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제목은 쓰여진 기사가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적인 메시지를 담아야 한다.

13일자에 실린 노무현 후보 관련 글을 읽어보면 무명시절 노 후보는 ‘순박’한 판사였으며, 평범한 변호사였다는 것이 요지다. 그런데 기사의 큰 제목은 ‘판사직 갑갑했다’였고, 중간 제목은 ‘긴급조치 위반 거의 집유 판결’ ‘판사 8개월…돈버는 변호사로’ ‘사건 수임 위해 커미션 주기도’ 등이다. 이런 식의 제목 달기는 기사 내용과는 다르게 독자들을 오도할 위험이 크다.

독자와 더불어 변화하지 않는 신문은 살아있는 신문이 아니다. 특히 인터넷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시민들의 활발한 의사소통은 ‘바른 언론’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동아일보가 이런 독자들의 기대에 부응해 공평무사한 정론지의 역할을 다해주기를 바란다.

김철규 고려대 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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