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지구를 살리는 7가지 불가사의한 물건들'

  • 입력 2002년 5월 17일 17시 41분


◇ 지구를 살리는 7가지 불가사의한 물건들/존 라이언 지음 이상훈 옮김/158쪽 8000원 그물코

자동차를 타고 출근한 뒤 냉방이 잘 된 방에서 나와 고기요리 점심을 즐긴다. 풍족하고 우아한 삶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전세계 60억명이 그렇게 살면 지구는 몇 년이나 더 버틸 수 있을까. 있는 힘껏 지구를 소모시키고 있는 우리는 분명 후손도 생각지 않는 ‘세대 이기주의자’들이다.

저자는 우리 인류 모두가 지구를 덜 망치고 오래도록 함께 쓸 수 있게 만드는 ‘일곱 물건’을 제시한다. 그 목록은 자전거 콘돔 천장선풍기 빨랫줄 타이국수 공공도서관 무당벌레. 반대 개념을 들면 더 이해하기 쉬울지 모른다. 자동차 인구증가 에어콘 의류건조기 육류 개인장서(또는, 무조건적 사유의식) 살충제 등이야말로 ‘오래,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없는’ 바닥난 지구를 만드는 주범인 것이다.

‘자전거’는 일반적인 상식과 달리 걷는 것 보다 세 배나 에너지를 덜 소모하게 해준다. 그럼에도 보통 사람이 자전거를 일상적으로 타기 꺼리는 이유는 자전거 출퇴근이 주는 위험 때문이다. 자전거 전용도로가 길어질수록 지구 온난화의 위협이 줄어들 것은 불문가지.

‘콘돔’은 평균적으로 한 사람이 고래 한 마리 보다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인간족의 과도팽창을 억제해주고 있는 환경보호의 ‘1등공신’. 1100개를 만들어야 타이어 하나 만드는 데 드는 고무가 소비될 뿐이다. 에이즈를 비롯한 각종 성병도 막아주니 더 말할 나위 없다.

‘천장선풍기’는 에어컨의 10분의 1에 불과한 전력을 소모하지만 공기가 순환하지 않는 방 보다 온도를 섭씨 5도나 내려준다. 오늘날 캐나다의 에어콘 보급률이 30%라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과연 캐나다가 그렇게 ‘더운’ 나라였던가?

‘빨랫줄’ 항목이 들어간 것은 다소 의아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의류건조기 사용이 드문 일이기 때문이다. 옷 말리는 일까지 기계를 쓰는 북미인들이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오늘날 우리에게 당연시되는 세탁기 청소기도 처음에는 ‘전력낭비’요인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던가.

‘타이국수’ 항목도 우리로서는 다소 마음이 불편해지는 부분. 건강식으로 말하자면 한국요리 만한 것이 없다. 타이요리처럼 기름으로 볶고 튀기지 않으니 칼로리도 더 적다는 사실을 저자에게 전해주고 싶다면 지나친 애국심의 발로일까. 다만 한국의 ‘탕요리’ 문화는 환경적대적 부분이 있다는 지적도 감안해야 할 듯하다. 온종일 끓여 진한 뼛국물을 내는 과정에 엄청난 열량이 낭비되니까.

살충제 대신 진딧물을 없애준다 해서 포함된 ‘무당벌레’ 항목은 우리가 선진국으로 자부할 수도 있는 부분. 오리를 사용한 벼농사 등 ‘천적을 이용한 유기농법’이 최근 많은 성과를 올리고 있다.

‘공공도서관’은 숲을 보호해주는 환경의 친구다. 도서관에서 만나는 책들을 개인이 죄다 사서 본다면 얼마나 많은 나무를 더 벌목해야 할까. 따지고 보면 책, CD, 비디오 같은 정보상품은 모두 ‘공유’를 통해 절약할 수 있는 소비재들이다. ‘내 방’에 꽂아두어야 한다는 고집이 지구를 갉아먹고 있는 지도 모른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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