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아파트 분양가 규제 허점 투성이

  • 입력 2002년 4월 25일 17시 38분


서울시가 다음달 7일 실시되는 4차 동시분양에서 주변 시세보다 아파트 분양가를 높게 책정한 건설업체의 과세 자료를 국세청에 통보하기로 결정해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분양가 평가가 건축비나 토지매입비 등 원가 자료보다는 주변 아파트 시세에 주로 의존했기 때문이다. 특히 구청별로 평가기준이 달라 주변 시세보다 분양가를 높게 책정한 업체가 국세청 통보 명단에서 빠진 사례도 있다.

▽엿가락 같은 평가기준〓국세청 통보 대상이 된 서초동 대림아파트는 평당 분양가가 1294만원. 인근 지역 분양권 시세(1471만원)나 입주 후 4년이 지난 기존 아파트(1302만원)보다 낮은 수준이지만 입주 후 3년 이내인 새 아파트(1279만원)보다 비싸 통보대상이 됐다.

반면 광장동 현대아파트는 평당 분양가가 1057만∼1074만원으로 인근 입주 3년 이내(852만원)나 4년 이상 아파트(984만원), 분양권(910만원)보다 모두 높지만 통보 명단에서 제외됐다. 관할 구청의 심사를 통과했다는 점을 감안해 자율 조정 권고만 받았다.

▽분양가 심사 절차도 문제〓대림산업은 서초동 아파트의 분양가 관련 서류를 이달 17일 접수했다. 서초구청측은 이에 대해 22일 적정 분양가로 조정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대림산업에 보냈다. 문제는 조정 분양가 제출기한이 20일로 돼 있다는 점. 조정할 시간을 주지 않고 국세청 통보 명단에 올린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시가 분양가를 잡아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무리수를 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배경동(裵慶東) 서울시 주택국장은 “공문이 잘못된 것은 단순한 행정 착오”라며 “여러 차례 분양가 인하를 권고했는데도 토지매입비가 높다거나 업무추진비용이 많이 들었다는 이유로 분양가 인하를 거부해 국세청에 통보키로 했다”고 말했다.

국세청 통보 명단에 들어간 업체들은 이번 평가에 반발하면서도 서울시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데다 세금을 추징당하면 더 큰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최종 기한인 29일까지 분양가를 낮출 계획이다.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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