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찬선의 증시산책]주식투자에는 패자부활전 없다

  • 입력 2002년 4월 21일 17시 38분


환란(換亂)이 일어나기 전까지 주식투자를 ‘귀신처럼’ 잘 하던 사람이 있었다. 그는 주택은행 대우전자 삼성전자 LG화학 현대자동차 등을 사고 팔며 49전 전승을 기록했다. 손대는 주식마다 오르자 ‘미다스의 손’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하지만 1998년 6월, 종합주가지수가 280까지 떨어졌을 때 그는 충청은행 주식을 샀다가 이 은행이 퇴출되는 탓에 전재산을 날렸다. 50전 49승 1패라는 승률 98%에 이르렀지만 2%의 1패로 주식인생이 끝났다.

1995년 1월 일본에서 고베지진이 나기 전까지 28세의 닉 리슨은 영웅이었다. 그러나 그는 한달 뒤 200여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던 베어링증권을 하루아침에 파산에 빠뜨렸다. 그의 파란만장했던 삶을 다룬 영화 ‘대도박(Gamble)’은 몇 번의 성공으로 시장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자만에 빠질 때 시장은 무섭게 보복한다는 것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주식투자는 포커나 고스톱처럼 상대게임이다. 포커에서 내가 ‘에이스풀하우스’를 잡았더라도 상대가 ‘2포카드’이면 지지만 내가 ‘에이스원페어’라도 상대방이 ‘킹원페어’라면 이긴다. 고스톱에서도 2등을 많이 한 날은 돈을 엄청 잃는다. 주식투자에서 내가 갖고 있는 패가 기업의 펀더멘털이라면 상대방의 패는 시장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삼성전자 주가가 3∼4월 중에 33만∼41만3500원에서 등락한 것이 대표적인 예. 이 기간에 삼성전자의 펀더멘털(본질가치)은 그다지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3월에 외국인 매도가 집중되자 하락했다가 4월 19일 1·4분기 실적발표를 앞두고 크게 올랐다.

1·4분기 실적발표가 어느 정도 마무리된 만큼 증시는 상당기간 탐색기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안으로는 2·4분기 실적과 한은의 콜금리인상 여부 및 증시로의 자금유입, 밖으로는 미국 증시와 경제회복 속도 등이 중요한 변수다.

야구에선 스트라이크 3개가 들어올 때까지 치지 못하면 3진 아웃된다. 하지만 주식투자에는 3진 아웃이 없다. 타석에 들어선 뒤 자기가 좋아하고 자신 있는 공이 올 때까지 끈기 있게 기다릴 수 있다. 좋은 공을 풀스윙을 하면 안타와 홈런을 날릴 수 있지만 유인구에 방망이가 자주 나가다 보면 종자돈을 다 날리게 마련이다.

주식투자에는 패자부활전이 없다. 주가가 다시 상승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확인할 때까지 위험관리에 나설 때다.

홍찬선기자 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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