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박중현/붐 없는 월드컵

  • 입력 2002년 3월 8일 18시 19분


“월드컵은 다가오는데 ‘붐’은 일지 않고….”

요즘 정부 부처에서 월드컵을 준비하고 있는 공무원들은 걱정이 태산이다.

경제부처에서 월드컵 준비를 맡고 있는 한 공무원은 “위에서는 코앞에 닥친 월드컵을 국가적 축제로 띄우기 위한 방안을 내놓으라고 하지만 실제로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고 푸념했다.

그는 ‘월드컵 붐 만들기’가 힘든 이유를 몇 가지 들었다.

우선 권위주의 정권이 ‘국풍 81’이나 88올림픽을 치르면서 학생을 동원했던 것처럼 국가적으로 사람들을 동원하는 일이 불가능해졌다. 국민의식 수준이 높아져 억지로 끌어들일 수 없다는 설명이다.

더구나 사회가 다원화되면서 국민의 관심사가 다양해져 월드컵 같은 한가지 사안에 모든 국민의 관심을 집중시키기가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또 월드컵 국가대표축구팀의 실력을 꼽았다. 골프에서 박세리가 빛나는 성적을 거두자 골프 붐이 일어났듯이 한국 축구대표팀의 실력이 좋으면 축구 붐을 일으키기 쉽다. 그러나 현재 실력 수준으로는 붐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

월드컵 관광객들을 한눈에 유혹할 수 있는 상품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도 해결해야 할 난제. 가격문제 때문에 한국산 기념품은 일본에서 팔리고 정작 한국에서는 중국산이 매장에 전시되는데 중국산은 아무래도 제품의 질이 떨어진다는 것. 한 관료는 “일본에 가면 소니의 전자제품, 프랑스나 이탈리아에 가면 패션상품 등 국가를 대표하는 상품을 산다”면서 “월드컵 마크만 붙었다고 관광객들이 물건을 사겠느냐”고 반문했다.

모두 적절한 지적이다. 또한 그 공무원의 말대로 정부가 억지로 ‘붐’을 만들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그렇다고 해서 월드컵이나 올림픽 같은 국가적 행사에 정부가 손을 놓아버리는 나라도 지구상에는 없다. 해결의 열쇠는 어떠한 전략적 사고로 ‘2002년의 한국’이라는 시공(時空)적 상황에 잘 어울리는 붐을 조성하는가에 있을 것이다. 정책당국자들은 걱정만 하지말고 전문가들을 찾아 머리를 조아리며 해결책 한 수를 배워야 할 것이다.

박중현기자 경제부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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