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조직동원이 국민경선인가

  • 입력 2002년 2월 27일 18시 29분


민주당의 대통령후보를 뽑기 위한 국민경선제가 출발부터 삐끗거리고 있다. 첫 경선지역인 제주에서 378명의 국민선거인단 모집에 무려 6만5000명이 신청해 각 후보가 조직적으로 동원한 냄새가 짙다. 울산 광주지역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후보들 사이에는 동원 시비가 벌어지고 있다.

정당의 공직후보선출과정에 비당원인 일반국민을 참여시켜 민심과 여론을 반영한다는 취지의 국민경선제는 정당민주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측면에서 국민의 기대를 모아왔다. 제대로만 된다면 우리의 정치발전에도 획기적인 계기가 될 것이다.

하지만 자발적으로 참여한 사람은 적고 후보들이 동원한 인사들이 대부분이라면 결코 국민경선이라 부를 수 없을 것이다. 오히려 후보들의 사조직 확대나 세과시라고 할 수밖에 없다.

물론 국민경선제라는 낯선 제도를 처음으로 실시하는 만큼 후보들이 이의 취지를 설명하고 경선에 참여하라는 정도의 권유는 할 수 있다고 본다. 문제는 지금 전개되고 있는 양상이 권유의 수준이 아니라 후보들이 직접 나서서 선거인단 응모자를 동원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점이다.

제주 울산 광주뿐만 아니라 전국 16개 지역이 모두 마찬가지라고 한다. 각 후보 진영은 지연 혈연 학연 등 연줄을 총동원하고 있고, 이 과정에서 금품수수 향응제공을 통한 매수 회유 현상이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응모서류를 임의로 작성해 보내는 일도 있다.

국민경선제를 엄격하게 관리하겠다고 한 당 선관위는 무엇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당 차원의 진상조사와 함께 중앙선관위가 직접 나서 금품수수행위 등에 대한 철저한 단속과 조치를 취해야 한다. 후보들도 국민경선의 참뜻을 존중해 절제된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선거인단 선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이 전제되지 않으면 국민경선은 결국 실패한 정치실험이 될 수밖에 없다. 후유증도 적지 않을 것이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