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박영균/서울대 공대

  • 입력 2002년 2월 13일 18시 24분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장래의 꿈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예전엔 과학자나 대통령이 가장 많았다. 요즘은 프로야구선수나 프로게이머 등 꿈이 다양해졌다. 앞으로 초등학생들의 장래희망은 어떻게 달라질까. 요즘 고등학교마다 이과 학생은 줄고 문과반이 더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그나마 이과생들의 희망학과도 이공계가 아니라 의대 치대나 한의대가 대부분이다. 성적이 상위권인 학생들은 무조건 의대와 한의대를 지원하는 경향이다. 학부모들 중엔 초등학생 자녀들에게까지 ‘장래에 의사가 되어야 한다’고 설득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몇해 전부터 이공계 대학에 대한 기피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올해 서울대 정시모집 1차 등록 마감결과 공대를 비롯한 이공계의 등록률이 80%선에 그치거나 밑도는 등 사상 최저수준이었다. 반면 법대와 의대는 100%, 인문대 사회대도 90%를 웃도는 등록률을 기록했다. 서울대 공대보다는 차라리 지방의대를 가겠다는 학생이 속출하고 있다. 이미 공대를 졸업한 직장인들도 예외는 아니다. 서울대 공대를 졸업하고 국책연구소에서 일해온 34세의 윤모씨는 다시 입시준비를 해 서울대 치의예과에 합격했고 경희대 한의예과에 최고령으로 합격한 김모씨(43) 역시 서울대 공대 출신이다.

▷본격적인 공업화가 시작된 1960년대 이후 이공계 대학 졸업생들의 취업률은 인문계 졸업생들보다 높았다. 자동차 석유화학 전자 분야의 대기업들이 잇달아 세워지면서 이들 분야의 인력이 크게 부족했기 때문이다. 소위 일류 대학의 공과대학생들은 졸업도 하기 전에 입도선매(立稻先賣)식으로 취업이 보장되었다. 공과대학에는 자연히 우수 학생이 몰리고 경쟁률도 높았다. 60년대에는 섬유 화공과가 인기였고 70년대에는 건축 기계, 80년대에는 전자, 90년대에는 컴퓨터학과가 인기를 끌었다. 이공계 기피현상이 두드러진 것은 97년의 경제위기 이후다. 국제통화기금(IMF)사태로 과학기술자들이 먼저 회사와 연구소를 떠나야 했던 게 바로 그 즈음이다.

▷극심한 이공계 기피현상을 보다못한 서울대 공대가 공과대학 홍보에 나섰다. 이 학교를 졸업한 국내 유명 최고경영자(CEO)들의 성공사례를 담은 책자를 1만여부 만들어 전국의 중고등학교에 보낸다는 것이다. 이 책에는 세계적인 반도체기업인 삼성전자의 윤종용 부회장, 유상부 포철 회장, 변대규 휴맥스 회장 등이 소개될 예정. 서울대 공대의 홍보가 효과를 거두어 과학기술자의 장래를 어둡게 보는 학생과 부모의 인식이 바뀔지 자못 궁금하다.

박영균 논설위원 parky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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