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재일 한국인 문학'

  • 입력 2002년 1월 25일 17시 59분


◇재일 한국인 문학/홍기삼 엮음/328쪽 1만5000원 솔

1세대 김달수 김시종 김사량부터 3세대 이양지 유미리 현월까지, 일본에 거주하면서 한국 일본 양국의 문학사를 풍요롭게 해온 재일동포 문인들의 성과가 한국 일본 학자 13명의 연구 논문으로 묶였다.

대표집필자인 홍기삼(동국대 교수)은 서론격인 ‘재일 한국인 문학론’에서 먼저 재일 한국인의 문학이 한국문학사의 성과 내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한다. 라자 라오의 말을 인용하자면 김달수가 ‘태백산맥’을 일본어로 썼다는 것은 ‘타자(他者)의 언어로 모국어의 정신을 전달하는 것’이므로 모국 문학사의 기술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것.

이런 입장은 김원우 (계명대 교수)의 논문 ‘주변 문학으로서의 망향 열등감 소외’에서 재확인된다. 그는 “재일 동포 작가들에게 대다수 작품들의 뿌리가 끈질기게도, 또 당당하게도 한반도에 활착해 있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며, 그것을 간과하면 한국 문학사의 미흡 정도가 커지고 만다”고 지적한다.

한편 대표집필자는 재일 한국인 문학의 특징을 ‘경계인(境界人·Grenze Mensch)’ 의식에서 찾고 있다. 일본 사회의 극심한 차별은 교포 2세, 3세에게 한국인도 일본인도 아니라는 ‘반쪽발이’ 콤플렉스를 탄생시켰으며 이런 의식은 김소운 마해송 등 일제시대 유학생의 문학활동에서 출발한 ‘재외 동포 문학’의 성격과 재일 한국인의 문학을 근본적으로 구별시킨다는 분석이다.

김원우는 여기에서 나아가 이양지 등 일부 작가의 문학을 ‘자조문학(自嘲 아닌 自照문학)’으로 규정한다. 이양지의 경우 재일 한국인으로서의 열등감, 차별의식에 대한 배신감, 여기에서 비롯되는 피폐감과 자학 등이 작가 자신의 분신인 1인칭 화자로 형상화된다는 것이다. 유미리 역시 ‘가족 시네마’를 비롯한 초기작에서 이런 자조문학의 특징을 명백히 드러나고 있다고 분석된다.

유윤종 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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