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무책임한 신도시 계획

  • 입력 2002년 1월 24일 18시 25분


정부가 또 거창한 신도시 계획을 내놓았지만 기대보다는 실망이 크다. 경부고속철도 천안역 인근에 인구 50만명 규모의 아산신도시를 당장 내년부터 건설한다면서도 이를 시행하기 위한 재원조달방안이나 추진일정도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가오는 선거를 앞두고 표를 의식한 ‘홍보용 발표’의 성격이 짙어 계획대로 건설될지도 의문이다.

이 계획은 이미 8년 전에 발표됐던 ‘재탕 사업’이다. 당시 건설교통부는 2000년대 초까지 1000만평 규모의 중부권 신도시를 이곳에 건설할 계획을 추진했었다. 그러나 그 후 계획만 수정됐을 뿐 후속조치가 없어 주민들조차 그 실현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이다.

신도시는 단순한 베드타운이 아니라 도시기반 편익시설은 물론 교육 문화 등이 갖추어진 자족도시여야 한다. 당장 주택이 부족하다고 해서 관련부처와 깊이 있는 협의도 없이 신도시를 만들겠다고 발표하는 것은 책임 있는 행정이 아니다.

그런데도 정부가 정부부처와 대기업 대학교 등의 이전을 포함한 신도시 개발계획을 서둘러 발표한 것은 다른 의도가 없었는지 묻고 싶다. 단지 2004년 4월로 예정된 고속철도의 개통에 맞춰 개발한다는 배경설명은 설득력이 없다. 서울∼천안간 정기 이용객에게 요금을 할인해 월 15만원 정도로 출퇴근이 가능하게 한다는 계획에 대해서도 의문이 생기는 것은 마찬가지다.

정부는 수도권 분산을 위한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도 있는 아산신도시 계획이 자칫 잘못하면 오히려 부실개발의 사례로 끝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과거의 신도시 졸속 개발이 빚은 환경과 교통의 악화와 이로 인한 주민들의 고통을 보지 않았는가.

정부는 그동안 판교 오산 화성 등 여러 신도시개발 계획을 발표했으나 이들 계획은 문제가 터진 후의 1회용 ‘땜질식’이어서 후에 계획 자체가 오락가락하거나 백지화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과거 신도시 건설 때의 실책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절대 서두르지 말고 구체적인 방안을 치밀하게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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