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은행권 대출알선 사기브로커 활개

  • 입력 2002년 1월 2일 18시 18분


H은행 론센터에 근무하는 O대리는 지점에서 올라온 대출심사서류를 검토하던 중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대출신청자의 직업이 중소 건설업체 과장이라고 돼있는데 연간소득이 5000만원이나 됐다. 예상외로 소득이 많아 전화번호부에서 그 회사의 전화번호를 찾아봤더니 신청서에 적힌 직장 전화번호와 달랐다. 알아보니 그 건설업체는 이미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갔다. 결국 대출알선 브로커가 신청자의 직업과 연간소득을 속여 사기대출을 받으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이 가계대출에 적극 나서면서 이처럼 대출알선업체들이 금융기관을 상대로 사기대출을 받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알선업체들은 작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시중은행을 상대로 사기대출을 많이 받았으나 최근 심사기준이 까다로워지자 금고 신용협동조합 등 서민금융기관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들은 주로 신문이나 광고전단지에 ‘사채 아님, 금융기관 대출알선’이라는 광고를 낸 뒤 이를 보고 찾아온 고객들의 재직증명서와 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을 위조하는 수법으로 사기대출을 받고 있다.

알선업체들은 수수료로 대출금의 20∼40%를 받거나 아예 대출금을 떼먹는 사례도 있다.

일부 업체들은 대출자의 직장전화번호를 유령 사무실번호로 해놓고 은행에서 근무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전화를 걸면 여직원이 받도록 하고 있어 은행에서 정확히 신분확인을 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시중은행 관계자는 “일선 영업점에 ‘요주의 리스트’를 만들어 배포하고 있으나 예방활동은 아직 초보적인 수준에 불과하다”며 “은행간 정보를 공유하고 경찰 등과 협조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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