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병락교수의 이야기경제학(30)]'돈 교육' 바로 시키자

  • 입력 2001년 12월 23일 17시 30분


미국 부자 중에는 유대인들이 많은데 이들은 자녀들에게 ‘돈 교육’ 잘 시키기로 유명하다. 유대 경전 탈무드는 “자식들에게 경제와 기술교육을 잘 시키지 않는 부모는 자식을 도둑으로 키우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한다.

세상에서 가난보다 더 나쁜 것은 없고 가난은 모든 고통 중 제일 지독한 것이라고도 한다. “하나님은 가난한 사람을 사랑하지만 부자를 돕는다”는 유대인 속담도 있다. 그들은 “황금을 돌 같이 보라”고 가르치지 않는다. 자녀 돈 교육의 첫째는 그 중요성을 바로 알게 하는 것이다.

어느 부자는 돈이 생기면 구겨진 것을 다리미로 펴는 등 아주 귀중하게 다룬다. 그러나 적잖은 한국의 아이들은 돈을 ‘엽전’으로 천시한 잘못된 전통 때문인지 마구 다루는 경향이 강하다.

엽전이란 말도 잘못 알려져 있다. 옛날 동전을 만들 때 주물 틀을 하나씩 만들어 쇳물을 부으면 곧 굳어 버리므로, 이를 모두 연결한 나뭇잎 줄기 같은 홈통에 부었다. 그 모양이 나뭇잎과 같아서 엽전이라고 불렀다. 엽(葉)은 나뭇잎을 말한다. 돈 교육의 둘째는 돈을 방바닥에 놓고 다니거나 주머니에 아무렇게 구겨 넣지 말고 귀중하게 다루라고 가르치는 것이다.

미국인들은 자녀에게 자동차를 닦게 하거나 아르바이트를 하도록 함으로써 ‘돈은 가치 있는 일을 한 대가로 받는 것’임을 인식시킨다. 세배한다고 큰돈을 주거나, 기분 내킬 때마다 목돈을 줘서 돈의 가치를 혼동시키지 않는다. 그래야 자녀들이 부모나 남의 돈을 거저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게 된다. 이 점을 분명히 하는 것이 돈 교육의 세 번째이다. 개도국에서 부정부패가 만연하는 것은 잘못된 돈 교육 때문이기도 하다.

넷째는 돈과의 관계를 정직하게 하라는 것이다. 사람들이 돈을 모아 마을회관을 짓는 데, 그 돈을 맡아 한 푼도 축내지 않고 필요한 교통 통신비 등을 자신이 부담하며 자신의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분이 있다. 이런 사람은 자신의 돈, 시간, 마음 및 힘의 10분의 1은 탈무드가 강조하듯 남을 위하여 쓰는 ‘베푸는 사람’이다. 돈 계산이 깨끗하고 돈과의 관계가 정직하므로 더 많은 돈을 관리할 기회도 갖게 된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런 사람들의 자식들도 베푸는 사람이 되어 잘 살고 인기 있는 사람들이 된다는 것이다. 남의 돈을 탐내고 조금이라도 속여서 뺏으려고 하는 사람들은 자신은 물론 자식들도 ‘뺏는 사람’이 된다.

국가 차원에서 돈이 넘치면 인플레로 국민 모두가 손해를 본다. 돈은 반드시 실물만큼 늘어야 한다. 그런데 실물을 늘리는 것은 기업이다. 기업이 많고 잘 돼야 일자리도, 월급도, 주가도 올라간다.

아프가니스탄 은행원의 월급이 6달러에 불과한 것은 기업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종업원 5인 이상 한국 기업의 수는 40만개로, 아직 일본의 222만개에 비하면 턱없이 적다. 또한 한국의 30대 그룹 624개 회사의 총 자산은 3400억달러로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사의 자산 4400억달러보다 적다. 자녀에게 한국의 기업은 수도 많고 규모도 커야 함을 바로 이해시키는 것이 돈 교육의 다섯 번째이다.

부자들의 돈을 빼앗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골고루 나눠주면 그 돈은 곧 모두 옛 부자주인을 찾아간다고 한다. 한때 세계 제일의 거부였던 록펠러는 유대인인데, 자손들에게 돈을 버는 것, 지키는 것, 쓰는 것을 다같이 중시하라고 가르쳤다. 할아버지가 빈손으로 부자가 됐다가 손자가 다 써서 빈손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많다. 전 세계적으로 부자가 4대까지 가는 경우는 4%밖에 안 된다고 한다.

술이 사람을 먹듯, 돈이 사람을 소유하면 부자가 돼 부자병에 걸린다. 마약에 빠지는 경우도 있다. 새해부터 우리 아이들 돈 교육을 잘 시켜 부자국민이 되고 나라도 일등경제로 만들기를 기원한다.

송병락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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