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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2월 18일 18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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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신생업체의 경영진과 연관이 있는 인사들을 추려낸 뒤 전화를 돌린다. “○○○사장 아시지요. 이러이러한 사실을 적어보냈는데 맞습니까?”
불경기가 계속되면서 창투사들의 심사기준이 날로 강화되고 있다. 특히 사장 이하 경영진에 대한 심사는 중요도 1순위에 올라 훨씬 까다로워졌다. 산은캐피탈 김철영 부장은 “역사가 일천한 벤처기업에서 제일 중요한 판단기준은 경영자”라며 “소규모 기업의 성패는 시스템이 아니라 경영진의 능력에 좌우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경영진에 대한 심사는 경찰의 신원조회를 뺨치는 수준. 개인신용 조회는 기본 중의 기본. 과거 회사의 동료들에게 연락해 인성과 능력을 묻는 경우도 많다.
경력도 재검증의 대상이다. 창업과 관련된 특정 프로젝트에 참여한 경우 실제로 중추적 역할을 했는지, 아니면 이름만 걸어놓았는지를 집중적으로 물어본다. 화려한 경력이 있지만 비리 등 불미스러운 일로 회사를 나왔으면 투자는 물건너간다.
K팀장의 경우 반도체 관련 벤처인 모 회사를 실사하면서 ‘뒷조사’ 덕을 톡톡히 봤다. 모 대기업 출신인 사장과 경영진 모두 ‘결격사유’가 있었던 것. 사장은 화려한 이력서와는 다르게 인간관계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지적됐고, 기술진의 핵심이란 사람은 중요 프로젝트에서 ‘조수’ 역할만 하던 인물이었다. 또 이 사람은 대학원 재학 기간까지 회사 근무연수에 넣은 것이 드러났다. 학력이 의심스러울 때는 대학과 대학원 학적부는 물론 논문의 내용까지도 조사한다는 것을 몰랐던 것.
거짓말이 들어나면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된다는 것이 창투업계의 지적이다. 요즘엔 ‘정치인 빽’을 과시하거나 높은 사람을 통해 청탁을 넣어도 기피대상이 된다. ‘실력이 없어서 뒷구멍을 노린다’는 인식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문권모기자>africa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