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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2월 18일 18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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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부터 서울 서초동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에서 공연되는 ‘영광의 탈출’.
신동엽이 1968년 ‘창작과 비평’ 여름 호에 발표한 시 ‘술을 많이 마시고 잔 어젯밤은’이 작품의 모티브가 됐다.
‘술을 많이 마시고 잔 어젯 밤은 자다가 재미난 꿈을 꾸었지. …그 반도의 허리, 개성에서 금강산 이르는 중심부엔 폭 십리의 완충지대, 이른바 북쪽 권력도 남쪽 권력도 아니 미친다는 평화로운 논밭. …’
이번 연극의 극본을 쓴 작가 박수진은 “지난해 이맘때 신동엽의 시를 보는 순간 눈을 뗄 수가 없었다”면서 “난 전쟁 경험이 없는 세대이지만 이산 가족과 분단이야말로 비극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비전향 장기수의 파란만장한 삶을 중심으로 분단과 이산가족 등 우리 현대사를 다뤘다. 하지만 작품은 비전향 장기수로 남을 수밖에 없는 한 인간의 가족 사랑에 초점을 맞췄다.
지금의 비무장지대에 무영리라는 마을이 있었다. 이 마을에서 한 아이가 태어난다. 아이의 어머니는 ‘서울네’로 불리는 벙어리이고 아버지는 서울로 유학간 박일국이다.
서울에서 문학 동인 모임에 있던 일국은 당시 판매금지된 시인의 시를 낭독했다는 이유로 구속된다. 어이없이 사상범이 된 일국은 고향에 있는 가족을 만나겠다는 일념으로 전향을 거부한다.
이 작품은 1950년과 2001년 현재, 평양과 서울, 장기수에 대한 취조가 진행 중인 조사실과 그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무영리’ 등 시간과 공간을 교차시키면서 진행된다.
연극 ‘춘궁기’ ‘용병’에서 호흡을 맞춘 작가 박수진과 연출자 강대홍이 다시 만났다.
TV와 연극 무대를 오가며 활동해온 중견배우 정동환이 일국역을 맡았다. ‘날 보러와요’ ‘변방에 우짖는 새’의 류태호가 취조실의 조사원역을 맡아 정동환과 연기 대결을 펼친다. 우상전 차선희 서상원 공은하 등이 출연한다.
30일까지 월수목 오후 7시반, 화 오후 3시, 금토 오후 4시반 7시반, 일 오후 3시 6시(21일 낮 공연없슴). 2만∼3만원. 02-580-1300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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