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병락교수의 이야기경제학]<29>대학교는 종합지식산업체

  • 입력 2001년 12월 16일 18시 20분


얼마 전 중국의 한 대학 총장이 서울대를 방문해 고맙다는 말을 몇 차례나 했다. 서울대 의대 교수들이 매년 그곳에 가서 무료로 수술해 준 심장병 환자들이 모두 건강하다는 것이었다. 그곳 의사들은 1주일에 심장병 환자 한 명을 수술하나 서울대 교수들은 하루에 두 명을 할 정도였다. 한국의 의대 교수들은 수많은 국내외 환자들의 목숨을 구했을 뿐만 아니라 한국이 인공심장기술 3대 선진국이 되는 데도 많은 공헌을 했다.

필자가 잘 아는 서울대만 예를 들어도 공대는 한국이 반도체 조선 철강 분야에서 세계 1위, 자동차 생산에서 세계 5위가 되는 데 큰 공헌을 했다. 많은 공대 교수들이 유럽 등 국제학술회의에 가서 이 분야 최고전문가 대접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한국의 농업생산성이 제조업 못지않게 높아진 데는 농업생명과학대(옛 농대)의 공헌이 크다.

☞ '송병락교수의 이야기경제학'연재 리스트

서울대는 가동중인 실험실이 약 570개다. 방사성동위원소를 사용하는 곳만 20개가 넘는다. 학교 앞에 숙소를 마련해 두고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교대로 연구하는 팀들도 있다. 대학의 3대 기능은 교육 연구 사회봉사인데, 봉사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최고 전문가 과정도 20개가 넘는다. 서울대에는 교직원, 학생, 외국인 등 사람이 3만5000여명, 각종 실험동물이 7만7000여마리나 된다. 건물의 수도 얼마 전 365개를 넘었다. 교수들의 각종 특허출원 건수는 연간 300건을 넘었다. 이런 특허로 볼 때도 대학교는 종합지식산업체이다.

얼마 전 서울대를 방문한 기업인들은 규장각에서 1794년에 건설된 배다리(어선으로 만든 다리) 그림, 지금도 복제 불가능한 조선시대의 종이, 중국의 청조실록의 3배나 되는 조선왕조실록 등을 보고 우리 대학, 문화 및 역사에 대하여 한없는 자긍심을 느낀다고 했다. 드와이트 퍼킨스 하버드대 교수는 서울대가 한국학은 물론 동아시아연구에서 세계 제일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세계의 수많은 대학들이 교류를 원하며 유학, 방문, 체류를 원하는 외국인들도 늘어나고 있다. 어느 외국인 외교관은 서울대가 지식기반사회에서는 각종 국제관계 증진에도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교수 수에 있어서 서울대 공대는 어느 여자종합대학과 비슷하고, 의대를 합하면 큰 사립종합대학교와 맞먹는다. 서울대 정도의 규모가 되는 외국대학에는 부총장이 보통 4명에서 7명까지 있다. 서울의 어느 사립대학에도 4명이나 있다. 그러나 서울대에는 부총장이 한 명밖에 없다. 서울대 예산은 학생 수를 감안하면 하버드, 스탠퍼드 등 미국 일류 대학 예산의 15분의 1이 채 안 된다. 어느 세계적인 컨설팅회사는 서울대처럼 ‘효율적’으로 운영되는 대학은 드물다고 했다.

미국의 일류 대학은 세계적인 수출산업일 뿐만 아니라 각종 첨단 지식을 창출하는 종합지식산업체이다. 스탠퍼드대는 실리콘밸리를 생기게 했고, 실리콘밸리는 스탠퍼드대 연구를 촉진한다. 일류 대학과 첨단산업이 상승작용을 잘하게 하는 것이 바로 미국의 저력이다.

한국이 우리 대학 중 몇 개만 세계 1등으로 만든다면 국가 비전과 전략도 1등이 될 것이다. 수많은 대학의 신입생 중 몇 천명만이라도 모두 매년 세계 일류 인재로 키운다면 한국은 선진국 중의 선진국이 될 것이다. 이웃 나라 중국이 1080개의 대학을 세계 수준의 대학, 국가수준의 대학 및 성(省)수준의 대학으로 나누어 엄청난 투자를 하는 것은 21세기 종합지식산업체로서 대학의 중요성을 바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