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송영언/미라

  • 입력 2001년 12월 11일 18시 23분


죽은 사람의 모습을 원형에 가깝게 보존하는 미라(mirra·mummy)의 풍습은 기원전 3000년경부터 고대 이집트 중남미 등에서 성행했다. 당시 사람들은 내세(來世)에 영혼이 잠들 육체가 있어야 된다는 신앙을 가지고 있었다. 죽음과 함께 육신에서 떠나간 영혼을 다시 불러들임으로써 영생(永生)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뛰어난 인물의 주검을 보존하면 그의 힘이 사후에도 머물러 자신들을 지켜줄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미라는 여러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먼저 주검에서 뇌와 내장을 꺼낸 다음 그 안에 톱밥 헝겊 송진 등을 채워 몸의 형태를 유지시킨다. 이어 온몸에 소다석을 발라 습기를 완전히 제거한 후 몸에 넣었던 것들을 빼내고 방부처리한다. 마지막으로 몸에 붕대나 포를 감싸 보존한다. 이 과정에서 미생물과 수분 침투를 막기 위해 각종 식물성 기름과 수지, 동물성 지방, 밀랍 등이 사용됐다.

▷현대 들어 과학 의학자들은 미라를 통해 신체해부 방부처리 질병 치아 발육 수명 피부조직 등 수많은 연구를 하고 있다. 인종이나 종교연구도 빼놓을 수 없다. 실제로 죽은 사람을 미라로 만들어보는 작업을 하는 학자들도 있다. 죽음 속에 생명의 모습을 되살리는 미라가 각종 과학 의학 인종 연구에도 생명력을 불어넣어 주고 있는 것이다. 사회주의 국가에서 죽은 지도자를 방부처리해 유리관 속에 안치하는 것도 어쩌면 이 같은 미라 풍습의 변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 단국대팀이 경기 양주군에서 발견한 어린이 미라는 이집트 등 남방 특유의 미라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우선 인공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자연적으로 미라 형태가 된 것이다. 시간적으로도 수천년의 역사를 가진 이집트 미라와 달리 350년 전에 불과하다. 물 속에 잠겨 있었던 것도 특이한 일이다. 오랜 기간 물에 젖어 있었으면서 그처럼 완벽하게 원래 모습을 지니고 있는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학자들은 이번 발견이 우리의 아동복식사 연구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비록 뜻을 펴보지도 못하고 어린 나이에 죽었지만 자신의 죽음이 먼 훗날 이처럼 후손들에게 기여할 것이라고 어찌 알았겠는가.

<송영언논설위원>young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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