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문화도 월드컵시대]장애인 면허취득 장애물 많다

  • 입력 2001년 12월 6일 18시 36분


‘장애자이동권 쟁취를 위한 연대회의(공동대표 박경석·朴敬石)’ 소속 장애인 25명과 일반 회원 100여명은 지난 8월29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 버스정류장에서 승객을 하차시키던 시내버스 한 대를 탈취, 운전석에 쇠사슬로 몸을 묶고 점거농성을 벌였다.

수시간 만에 경찰의 연행으로 이들의 농성은 중단됐지만 장애인이 지하철 버스 등 대중 교통수단을 이용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다시금 깨닫게 해주었다.

장애인들이 원하는 시간에 쉽고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역시 자가 운전뿐이다.

하지만 장애인이 운전면허를 취득하고 차량을 운행하기 위해선 수많은 산을 넘어야 한다.

▽까다로운 운동능력 측정〓장애인들은 운전면허시험에 응시하기 전 시험장에서 ‘장애인 운동능력 측정’을 받는다.

장애인들은 이 측정의 판정기준이 최근 이뤄진 차량의 성능발전을 고려하지 않고 지나치게 엄격해 장애인의 면허 취득을 원천적으로 제한한다고 비난한다.

가장 큰 불합격 요인인 핸들조작의 경우 장애인용 차량의 대부분이 파워핸들임에도 80년대 일본에서 도입된 ‘4.8Kg의 힘으로 2.5초이내에 580도 돌린 뒤 24초간 유지해야 한다’는 기준이 여전히 적용되고 있다.

자신이 개조 차량을 직접 가져와 응시할 수도 있지만 면허증도 없이 차량을 구입하고 운전보조장치를 설치해 개조 승인까지 얻어내기는 결코 쉽지 않다.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 명묘희(明妙姬) 연구원은 “일본의 장애인 운동능력 측정은 해당 장애인이 운전을 할 수 있으려면 어떤 개조 차량이 필요한지를 결정하는 절차”이라며 “측정결과가 합격 불합격의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경찰청 면허계 관계자는 “측정을 의사의 진단서나 소견서로 대치하는 방법 등 다양한 방향의 개선안을 검토중”이라며 “장애인의 운동능력을 보조할 장치들이 계속 개발돼야만 판정기준도 완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 장소 부족〓운동능력 측정검사와 필기 시험을 통과하더라도 장내 기능시험과 도로주행 시험을 준비할 교습 장소를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현재 서울시내 장애인 운전면허연습장은 서울 강북구 국립재활원과 서울 송파구 송파구청이 운영하는 두 곳뿐이다. 두 곳 모두 합쳐도 매월 60여명밖에 교습을 받을 수 없어 수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실정.

경찰청은 올 3월부터 자동차운전전문학원도 장애인용 교습차량을 반드시 한 대 이상 구비하도록 했지만 아직 학원들의 반응은 미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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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들이 면허취득 후 흔히 받는 도로주행 보충교습은 꿈도 못 꾼다. 장애인 전용 운전연습장은 면허취득 준비자들만 감당하기도 어려워 기취득자들의 보충교육은 어렵다는 입장. 학원들도 장비와 전문성 부족을 이유로 장애인의 도로주행 교습을 꺼리고 있다.

올해 운전면허증을 취득한 양팔절단 장애인 김인화(金仁和·46)씨는 “학원에서 교육을 받으려면 아직도 신청 장애인이 1000∼2000만원을 들여 개조한 차량을 직접 가져가야 한다”고 말했다.

▽부족한 정부지원〓 정부는 장애인 차량에 대해 구입시 1000여만원을 융자해주고 특별소비세와 교육세 등을 면세해 준다.

하지만 장애인들은 그보다 차량 개조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더욱 절실하다고 주장한다.

운전자의 다양한 장애부위와 정도를 고려하지 않은 채 획일화돼 있는 국내 자동차업체의 장애인용 차량은 추가 개조가 불가피하고 운전보조장치도 대부분 수입에 의존한다.

장애인 운전자 모임 ‘발로 자동차를 운전하는 모임’의 박재현(朴宰賢) 대표는 “선진국에선 정부나 자동차 업계가 장애인의 차량 개조에 대해 보조금을 지급한다”며 “보조금으로 차량 개조와 운전보조장치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 국내 자동차업체도 자극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또 “일반인과 달리 면허소지자 대부분이 실제 운전을 하고 있으며 주행거리도 짧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장애인이 더 ‘위험하다’고 할 수 없다”며 “장애인들이 사회구성원으로서 제 몫을 다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호원기자>bestiger@donga.com

▽자문위원단〓내남정(손해보험협회 상무) 설재훈(교통개발연구원 연구위원· 국무총리실 안전관리개선기획단 전문위원) 이순철(충북대 교 수) 임평남(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 교통사고종합분석센터 소장) 김태환(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장)

▽특별취재팀〓오명철부장대우(팀장) 구자룡(경제부) 서정보(문화부) 송진흡 남 경현(사회2부) 신석호(금융부) 최호원기자(사회1부)

▽손해보험협회 회원사(자동차보험 취급 보험사)〓동양화재 신동아화재 대한 화재 국제화재 쌍용화재 제일화재 리젠트화재 삼성화재 현대해 상 LG화재 동부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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