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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2월 2일 18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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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발표한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4년과 한국경제’라는 보고서에서 “정보력에서 앞선 외국인들은 S&P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올리기 1개월 전부터 주식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며 “이런 현상은 이전에도 있었으나 국내 기관투자가들은 무감각했다”고 지적했다.
증권거래소 분석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미국 테러사태 이후 3개월 만에 29조1400억원의 평가이익을 거두었다.
▽정보가 과연 새는가〓최근 국내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신용등급 관련 정보가 월가에 유출되고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이들의 의견은 ‘적극적 유출론’과 ‘소극적 유출론’으로 나뉜다.
전자는 국가신용평가 담당자들이 월가의 투자가들에게 신용정보를 ‘암시’ 등의 방법으로 알려주고 있다는 심증. 증권사의 투자전략팀장들은 “신용평가사의 최대 고객이 월가의 투자자들이기 때문에 서로 이해관계가 얽혀 있고 신용평가사나 월가의 펀드매니저들 역시 학연 등 여러 네트워크로 연결돼 있어 사적인 자리에서 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후자는 평가사들이 정보를 모으는 과정에서 월가 투자자들이 신용등급 정보를 알아챌 가능성이 있다는 심증. 무디스와 제휴관계를 맺고 있는 한국신용평가의 김선대 상무는 “신용평가사들은 마지막 조사과정에서 시장의 평가를 들어본다”며 “이 때쯤이면 평가사는 마음속에 신용평가 등급을 정해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시장의 평가를 듣는 과정에서 애널리스트나 펀드매니저들에게 평가사의 생각이 노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보 유출을 부정하는 월가 출신들〓월스트리트에서 장기간 근무한 외국계 투자기관의 임원들은 이 같은 유출론을 강하게 부정한다. 메릴린치의 한 관계자는 “신용평가회사의 존립 근거가 ‘비밀 유지’와 ‘중립성’인데 현재 한국인들이 갖는 의심은 이를 모두 부정하는 것”이라며 “정보유출론은 한국적인 발상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정보유출론은 외환위기 이후 한국에 퍼졌던 ‘미국 음모론’처럼 근거 없는 추측이라는 것.
JP모건의 한 관계자는 “신용평가 스케줄을 잘 아는 일부 외국인들이 독자적인 분석으로 리스크를 안고 주식을 미리 샀을 때 이것이 성공하면 겉으로는 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보일 수 있다”며 “국내 투자자들이 외국인에 비해 한국기업에 대한 정보가 앞서 있는 반면 외국인들은 세계경제 동향과 국제자금시장에 대한 정보 및 분석력에서 앞서 있다”고 말했다.
<이병기기자>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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