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보공개법' 거꾸로 가나

  • 입력 2001년 11월 21일 18시 57분


정부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를 더욱 제한할 소지가 있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개정안을 심의 의결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왜 그런 개정을 하려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20일 국무회의가 의결한 개정안은 국민에게 혼란을 일으킬 상당한 우려가 있는 정보, 의사 결정의 중립성이 부당하게 손상될 우려가 있는 정보, 다수인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어 의사 결정에 참여한 당사자 또는 특정 이해관계인에게 중대한 손상을 주는 정보를 비공개대상 정보로 추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주무부서인 행정자치부측은 현행 법률이 정책결정 과정상의 비공개 대상 정보를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준다고 인정할 만한 이유가 있는 정보’로 규정하고 있어 이를 좀 더 구체적으로 명시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법규정을 ‘좀 더 구체적으로 명시’하기 위해 법개정을 한다면 반대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법에 대한 권력의 자의적인 해석과 적용을 가급적 방지하려면 법규정 자체가 가능한 한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현행 정보공개법도 여러 가지 점에서 고쳐야 할 내용이 많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국무회의가 의결한 개정안은 오히려 현행법을 더욱 개악한 내용을 담고 있어 문제가 확대되고 있다.

도대체 ‘국민에게 혼란을 일으킬 우려가 있는 정보’란 어떤 정보이며 그 구체적인 판단 기준은 무엇인가. 행자부측은 ‘국민에게 혼란’운운하는 대목을 막연히 ‘공익’과 연관시키고 있다. 그러나 그런 식의 개념 설정이라면 정부는 언제라도, 그리고 어떤 내용이라도 정보 제공을 거부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갖게 되고 따라서 행정편의주의를 더욱 부채질하게 될 것이다.‘국민에게 혼란을 준다’는 말은 항상 자의적인 해석이 가능한 표현이기 때문이다.

국민의 알 권리와 국정 운영의 투명성은 민주사회가 부단히 강조하고 지향해야 할 가치이자 목표이다. 작은 정부와 공개 행정은 민주국가만이 갖는 특성이다. 정부가 비밀에 싸일수록 권력은 비대해지고 국민과의 거리는 멀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행 정보공개법도 제1조에 “…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국정에 대한 국민의 참여와 국정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밝히고 있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이 같은 정보공개법의 기본 정신을 되새겨야 한다. 그리고 곧바로 올바른 개정안 수정작업이 시작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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