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의 가계대출은 사상최고의 기록을 경신해 가며 폭발적인 성장을 하고 있다. 96년 말 일반은행의 대출금 중 23%를 차지했던 가계대출은 금년 8월 말 현재 41% 수준으로 늘었다. 또 전체 금융기관의 가계대출 비중은 98년 말 35%였으나 금년 3월 말 현재 49% 수준. 은행은 물론 보험 금고 등 각 금융기관들은 직원들에게 가계대출 할당량까지 제시하며 총력전을 펴고 있어 가계대출 성장세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
금감원에 따르면 은행의 기업대출 부실여신 비율이 작년 말 11.92%에서 금년 9월 말 현재 5.56%로 하락한 반면 가계여신의 부실여신 비율은 같은 기간 1.22%에서 1.41%로 증가했다.금감원 고위관계자는 “금융기관의 가계대출 과당경쟁이 심화되면서 결국 신용도가 낮은 개인에게도 대출이 완화되면서 부실여신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부가가치가 창출되는 기업대출을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개발연구원 함상문 박사는 “가계여신의 급증은 개발경제기에 정부가 인위적으로 높여 놓았던 은행문턱이 낮아지면서 정상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며 “가계대출의 증가는 소비증가 및 개인의 창업투자 확대로 연결되기 때문에 부정적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99년 말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은행권 개인여신 비율’이 미국 73%, 영국 68%, 독일이 78%인 데 비해 한국은 45%다. 국민은행의 김영일 개인고객본부장(부행장)은 “가계대출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 이인실 박사는 “한국은 불과 2, 3년 만에 가계대출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것이 문제”라며 “급격한 변화는 부작용을 수반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이병기·이나연기자>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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