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병락교수의 이야기 경제학-25]'세계 속의 우리 음식' 만들자

  • 입력 2001년 11월 18일 18시 26분


미국 보스턴에 살 때 쇼핑센터를 여러 곳 가볼 기회가 있었다. 어느 정도 규모가 큰 것에는 꼭 ‘간이식당가’가 있고 중국 일본 이탈리아 멕시코 미국 등의 음식코너가 있었다. 그러나 한식코너는 찾기 어려웠다. 그곳 한인 식당업자에게 왜 수많은 쇼핑센터 구내에 한식당은 할 수 없느냐고 물었더니 “곰탕 불고기 등은 끓이고 굽는 냄새나 연기 때문에 어렵다”고 대답했다.

최근 어느 방송사와 함께 세계 초(超)일류기업과 사회간접자본시설을 취재하기 위해 유럽에 갔을 때 만난 한 대기업 주재원은 이렇게 말했다. 일본음식점은 유럽 주요도시에 대부분 있고, 그것도 ‘목 좋은 곳’에 있으며 대체로 비싼 고급레스토랑이라고 했다. 한식당은 그렇지가 못해 외국손님과 식사하려면 일식집에 가야 한다고 안타까워했다. 음식점도 중요한 수출산업이 될 수 있는데 한국은 그 방면으로는 성과가 별로라는 것이다.

음식값이 비싸기로는 스위스도 유명하다. 그곳 주재 어느 상사원은 “외국 거래처에 식사 한끼 대접 잘하려면 값싼 국산수출품 반트럭분을 판 돈은 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값싼 국산품 수출보다 한식점이 더 나을 수도 있다고 했다. 미국 실리콘밸리가 있는 샌프란시스코 지역에는 중국 음식점이 1만개가 넘는다. 중국의 경우에도 중소기업들의 값싼 공산품 수출보다 현지 음식점들이 돈을 더 버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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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에는 항상 외국손님들이 북적대는 한국음식점이 있다. 그곳 어느 세계적인 음식평론가는 한국음식은 종류도 많고 맛도 아주 다양하다고 했다. 잘하면 세계 어느 도시에서도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곰탕 불고기만이 대표음식이 아니라는 것이다. 세계인을 위한 한국 음식점뿐만 아니라 햄버거, 피자 같은 한국대표 음식도 개발했으면 한다.

박상철 서울대 의대 교수는 “비빔밥이 그런 음식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오래 사는 사람들이 즐겨 먹는 음식이 된장국 나물 등인데 비빔밥에 된장국을 곁들이면 그것이 바로 장수식(長壽食)이 아니겠느냐는 것. 얼마 전 스웨덴의 스톡홀름에 있는 한식집에 갔을 때 스웨덴인들이 비빔밥을 아주 좋아한다는 주인의 말이 감명 깊게 들렸다. 하버드대학 정문 앞에도 몇 년 전 비빔밥 집이 생겼다고 하여 일부러 가본 적이 있다.

비빔밥은 만드는 사람은 ‘표준화’된 재료로 만들고, 먹는 사람은 ‘개성’에 따라 참기름 고추장 등을 넣고 비벼서 새로운 맛을 낼 수 있게 돼있다. ‘표준화와 개성화’의 퓨전으로 새로운 맛을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아마 세계 유일의 음식이 아닌가 한다. 비빔밥은 표준화에만 치중하는 햄버거 피자 등을 앞설 수도 있다. 21세기는 문화의 시대이고 음식산업은 문화산업이다. 우리 음식산업도 잘하면 얼마든지 국제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비빔밥의 세계화 작업은 이미 국내 여러 기관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세계인이 즐겨 먹는 간이음식으로 잘 개발됐으면 한다. 세계 주요도시 중심지마다 세계일류 한국음식점이 들어서고 세계 도처의 간이식당마다 비빔밥을 즐겨먹는 세계인들이 줄을 이었으면 한다.

(송병락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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