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농업개방, 대책 있나

  • 입력 2001년 11월 15일 18시 38분


풍년을 맞고도 눈물짓는 농민들 앞에 이번에는 농산물 개방의 높은 파도가 다가오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 제4차 각료회의에서 새로운 무역규범을 설정할 뉴라운드가 출범했기 때문에 우리 경제가 전면적인 개방압력을 받게 된 것이다.

비록 3년여 협상기간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세계화 물결의 추세를 거스르고 어느 특정국가의 요구가 수용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이번 협상에서 농수산업 보호를 위해 ‘점진적 개방’을 주장한 우리나라의 요구가 무역대국들의 ‘실질적 개방’ 압력에 밀린 것은 향후 협상과정이 얼마나 험난할지를 예고하는 일이다. 이미 예고된 일이었건만 같은 상황의 일본과 달리 정부가 설득력 있는 정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가뜩이나 쌀값 하락으로 고통받는 농민들은 늦어도 2005년부터는 현재보다 대폭 낮춘 관세율로 쌀이 수입될 경우 설 땅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맛도 좋고 값도 우리 것의 7분의 1에 불과한 외국쌀과 경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 때는 정부의 수매정책이 한계를 맞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쌀 더 먹기 운동 같은 감상적 지원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개방을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농가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정교한 농업정책을 마련하는 것은 이 시대 우리에게 주어진 숙제라 하겠다. 농민과 여타 국민 그리고 정부가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하고 머리를 맞댄 채 공통분모를 도출하는 것은 우리가 가야할 유일한 길이다. 어차피 농촌 보호가 전국민의 부담을 전제로 한 정책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정부는 국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해야 할 의무가 있다.

특히 뉴라운드가 어느 특정기간에만 적용될 것이 아니고 21세기 전체를 지배할 규범이라면 임기응변식이고 임시방편적인 정책은 배제되어야 한다. 그런 전제를 감안할 때 정책 선택의 기본은 경쟁력 없는 농산물의 생산량 조절이다. 생산과잉 자체를 해소하면서 한편으로 농촌의 복지를 향상시키는 방안이 기본이어야 한다.

농업문제만 잘 마무리할 수 있다면 뉴라운드는 우리에게 경제도약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우리 수출에 가해지던 반덤핑규제가 완화되면 수출의존도가 높은 국내 산업은 활기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뉴라운드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1차산업에서 3차산업에 이르기까지 국내 전체 산업을 대상으로 한 구조조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 작업은 정권의 임기와 관계없이 서둘러 시작되는 것이 효과면에서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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