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병락교수의 이야기경제학-24]나라운 좋아야 개인운 트인다

  • 입력 2001년 11월 11일 18시 57분


운 좋은 사람은 물에 빠져도 바지춤에 잉어가 3마리 기어든다고 한다. 아랍 속담에도 운 좋은 사람을 물에 빠뜨리면 물고기를 입에 물고 나온다는 말이 있다.

국가도 국운(國運)이 중요하다. 동서양 문화 비교 전문가인 로버트 조지는 ‘동서양의 시계추’라는 저서에서 동아시아국가들의 국운은 1794년부터 1950년경까지 내리막길을 걸었으나 그 이후 상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이 한국전쟁의 특수(特需)를 계기로 제2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것, 중국이 1949년 국가통일로 발전의 계기를 마련해 현재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이는 것 등이 그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동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운이 가장 좋았던 나라가 아마 한국일 것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레스터 서로 미국 MIT대 교수는 ‘현실에서 공산주의는 국가의 경제발전을 더디게 만들어왔다’고 분석했다. 공산권 국가였던 폴란드 체코 헝가리 중국 러시아 등은 사실 상당한 저력이 있었다. 하지만 ‘공산화’는 한국이 1인당 소득 1만달러가 돼 선진국클럽이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이 될 때까지 이들 국가들이 성장하지 못하도록 묶어 놓았다. ‘한국의 은인은 공산주의이론 창시자인 카를 마르크스’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을 정도다.

어느 정치학 교수는 장수 중 지혜가 뛰어난 지장(智將)보다 지혜와 덕을 겸비한 덕장(德將)이 낫고, 덕장보다는 운까지 겸비한 운장(運將)이 더 낫다고 했다. 운장은 복 받은 장수로 복장(福將)이라는 것이다. 어느 기업가는 승패를 판단하기가 정말 어려운 사업을 시작할 때는 똑똑한 사람보다 운 좋은 사람에게 맡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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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이번 세기 초 러시아와 승산이 적은 전쟁을 시작할 때 도고 헤이하치로를 해군제독으로 쓴 것도 그가 운장이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있다. 러-일전쟁에서 일본이 승리하자 서구 열강은 크게 놀랐다. 승전 축하장에서 한 사람이 그에게 ‘이제 세계 제일의 해군제독이 된 것’이라고 추켜세우니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전국민의 지지를 받으며 싸운 나를 영국 넬슨 제독보다 낫다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나 정적들의 모함 속에서 싸워 승리를 거둔 이순신 장군에게는 비교가 안 됩니다.”

그는 러-일전쟁 직전 부하들을 이끌고 남해에 와서 이순신 장군 영전에 승전을 도와 달라는 취지의 간절한 제(祭)를 올리기도 했다.

사람에 따라서는 좋은 배우자, 돈, 지위, 자식, 건강 중 어느 한 가지만 가져도 여한이 없겠다고 한다. 한편 노벨상을 수상했던 폴 새뮤얼슨 전 MIT대 교수는 “나는 왜 이 모든 것을 다 가질 수 있게 되었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다. 이처럼 없는 것이 없는 사람은 천운(天運)을 타고난 사람, 천복(天福)을 받은 사람이라고도 한다.

유대 경전인 ‘탈무드’는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하늘의 섭리대로 사는 삶, 부모에 대한 효도, 이웃 사랑을 철저히 가르치라고 한다. 2000만권 넘게 팔린 책 ‘생각하면서 부자로 성장하라’의 저자 나폴레온 힐은 자녀들에게 남을 항상 따뜻한 미소와 친절한 말로 대하고, 귀하게 여기도록 가르치라고 했다. ‘성공한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의 저자인 스티븐 코비는 자녀들에게 자신의 마음, 시간, 노력 및 돈의 10분의 1은 남을 위하여 사용하도록 가르치라고 했다. 이것만 잘해도 운이 나쁜 사람, ‘재수 없는 사람’은 없어진다는 것이다. 묘지 잘 쓰고, 이름 잘 짓고, 큰 나무나 돌에 절하거나, 부적 붙이는 것으로 운 좋은 사람이 되라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개인의 운은 어느 정도 국운과 같이 간다. 국운이 좋으려면 무엇보다 나라 경제가 잘 돼야 한다. 나라 경제가 기울어지는 상태에서 개인의 운이 크게 좋을 수는 없다. 세계 경제 전쟁시대에 자녀들을 운 좋은 사람으로 만들려면 경제교육도 잘 시켜야 될 것이다.(송병락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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