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울타리 옆 국화 꺾어드니…" '도연명전집'

  • 입력 2001년 11월 2일 18시 24분


◇ 도연명전집 /도연명 지음 / 이성호 역 376쪽 1만5000원 문자향

중국 역대 시인들의 작품은 전통시대 우리나라 사대부 문인들에게 각각 다른 이미지로 받아들여졌다. 일반적으로 이백(李白)은 낭만주의자요, 두보(杜甫)는 애국시인이며, 사령운(謝靈運)은 산수시인이오, 맹호연(孟浩然)은 자연시인으로 규정된다. 그리고 도연명(陶淵明)은 전원시인으로 기억된다.

도연명이 벼슬을 그만두고 고향으로 돌아가 손수 논밭을 일구고 가꾸면서 전원생활의 정취를 읊은 작품들은 역대 중국의 어느 시인의 작품보다도 더 많이 애송되고 그만큼 넓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가을이 되면 우리나라 산과 들이 단풍으로 온통 붉게 물들어 간다. 가을 단풍을 당의 두목(杜牧)은 “서리에 물든 잎이 2월의 봄꽃보다 더 붉구나”라고 읊었고, 청의 장초(蔣超)는 “그 누가 단청으로 녹음을 덧칠 하였나 / 붉은 구슬향 머금고 파란 하늘에 시원스레박혔구나 / 조물주가 술 취하여 붓 가로 잡고서 / 가을을 봄으로 엇바꿔 그렸음일래라”라고도 읊었다.

그러나 가을이 되면 사람들은 도연명의 “동쪽 울타리 가에서 국화 꺾어 드니 / 저 만치서 불연 듯 남산이 다가서네”(採菊東籬下,悠然見南山)라고 읊은 싯귀를 더 쉽게 연상한다. 그리고 국화 하면 이내 도연명의 모습을 떠올린다.

단풍이 아름답고 국화 향이 코끝을 스치는 이 가을에 ‘도연명전집’이 처음으로 우리말로 번역되어 나왔다. 금상첨화요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도연명의 시, 부사(賦辭), 기전찬술(記傳贊述), 소제문(疏祭文)이 고루 수록되어 있다.

책머리에 양 소통(蕭統)의 ‘도연명집 서(序)’ ‘도연명 전(傳)’이 있고 책 끝머리에는 ‘도연명 연보’가 부록으로 붙어 있어, 도연명의 생애와 문학세계 전반을 살펴 볼 수 있다. 그리고 작품별로 간략한 해제와 주석이 붙어 있어 비전공자가 읽어 나가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외국 문학작품을 우리말로 옮기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그리고 그 가운데서도 시를 옮기는 일이 가장 어렵다. 특히 한시의 경우 시어의 함축성이 강하고 형식이 엄정하여 작품의 의경정취(意境情趣)를 제대로 살려내고 이를 독자들에게 전달하기란 그야말로 어려운 일에 속한다.

우리말로 옮김에 있어 부분적인 생경(生硬)함이 ‘옥의 티’처럼 눈에 띄지만 우리 출판계에 좋은 책 하나가 보태어진 것만은 분명하다.

이병한(서울대 명예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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