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이승한/유통산업은 강한기업 밑거름

  • 입력 2001년 11월 2일 18시 24분


21세기 국가경쟁력을 좌우할 중요한 분야중의 하나가 유통산업이다. 구미(歐美) 선진국들은 이러한 미래 변화를 예측해 유통산업을 착실하게 육성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유통산업의 현주소는 여전히 초라하다. 반도체 조선 등 제조업이 세계 1위권인데 비해 유통업은 선진국 수준보다 15∼20년 뒤떨어져 있다. 어떻게 해야 한국의 유통업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까.

우선 유통산업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 그동안 유통산업은 먹고 마시며 마치 과소비나 부추기는 일종의 향락산업처럼 취급돼온 것이 사실이다. 최근 들어 할인점 등 기업형 유통체제가 도입된 이후에는 ‘기존 재래시장 등의 전통적 유통망을 붕괴시켜 국가 경제시스템을 엉망으로 만들 것’이라는 따가운 눈총까지 받아야 했다.

유통산업의 성장을 통해 국가경쟁력을 높이려면 유통에 대한 이 같은 편협한 인식부터 버려야 한다. 기존의 낙후된 유통업을 보호하는 것만이 경쟁력이라고 생각하면 결국 재래시장도 살아남지 못하고 유통 발전도 있을 수 없다.

현재 우리 유통업계의 문화를 점검해보면 업체끼리 서로 협력해 유통산업을 발전시키려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모래알과 같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동반자적 관계보다는 ‘상대를 눌러야 내가 산다’는 식의 적대적인 인식이 너무 강하다.

유통 기업의 경영인들이 좀더 대승적인 관점에서 머리를 맞대고 국가 산업발전이라는 관점에서 함께 고민하지 않으면 유통업 발전은 요원할 뿐이다. 유통산업은 한국의 중소 제조기업이 세계로 뻗어나갈 토양을 만드는데도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제조업이 한국 산업의 전부인 양 인식됐고, 따라서 제조업의 발전은 제조업 내에서만 추구돼 왔다. 유통기업이 제조업 발전에 엄청나게 기여할 수 있다는 사실은 무시됐다.

유통기업과 제조업간의 건전한 동반자 관계가 형성되지 않으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우량기업을 키워낼 수 없다. 유통기업은 건전한 상품판매 환경을 조성해 중소제조업체의 성장에 기여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엄격한 제품 기준을 적용해 그들이 세계 어느 곳에 내놓아도 살아남을 수 있는 강한 기업이 되도록 이끌어야 한다.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좀더 많은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유통경로를 현대화하는 작업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이를테면 농산물 등의 표준화 체계를 수립해 생산자측의 효율성을 개선하고 산지직거래로중간 마진의 거품을 빼서 소비자들에게 가격인하 혜택을 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이 바로 유통산업 발전을 위해 작으나마 새로운 불씨를 지펴야 할 때이다. 말만으로 해서는 안될 것이다. 우선 정부와 민간 모두가 참여해 구체적인 실천 계획을 세워야 하며 유통기업들도 책임감을 갖고 각자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 노력하는 유통업체들에는 그에 상응하는 보상과 인센티브가 주어져야 한다.

유통산업 선진화를 위한 작은 시도가 큰 흐름을 이뤄 유통산업이 국가경쟁력 향상에 밑거름이 됐으면 한다.

이 승 한(삼성테스코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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