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장애자와 인도자가 한쌍이 되어 말로 몸으로 그들을 이끌고 있었다. 얼굴을 보니 이들은 지난 밤 같은 대피소 취사실에서 늦은 저녁을 맛있게 먹던 젊은이들이었다.
발 밑에 삐딱바위에요. 미끄러워요. 나무 밑동 조심하세요. 머리를 낮추세요. 부딛쳐요. …
구곡담 수렴동 백담계곡으로 이어져 내려오는 길은 천국이 이보다 더 아름다울 수 있을까 생각될 정도로 절경이다. 또 설악산에서도 제일 긴(10시간 소요) 하산 코스이며, 한발한발 디디기조차 어렵고 위험한 곳이 무수히 많다. 때로 발을 헛디뎌 바위에서 떨어지기도 하는 장애인들을 잽싸게 받아 안으며 그들은 너무나 침착하며 조용하게 움직였다. 밑에서 올라오던 등산객들은 20여명의 젊은이들이 펼치는 이 뭉클한 장면에 파이팅을 외치며 격려를 보냈다.
봉사라는 말이 너무도 흔한 요즘, 진정한 봉사의 의미를 생각하게 해주는 그들은 어느 종교단체의 자원봉사자들이란다. 나는 그들과 앞서거니 뒤서거니하며 내내 기도하는 마음이었다. 저같은 노력과 도전정신으로 실천하며 사는 삶이 늘 보람되고 기쁘게 하소서.
오정자(경기 안산시 호수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