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이관우/‘제한 속도’ 현실에 맞게 고치자

  • 입력 2001년 10월 30일 18시 41분


‘바를 정(正)’자밖에 모르는 샌님 소리를 듣는 내가 20년 가까이 거의 날마다 범법행위를 저질러오고 있다면 모두들 깜짝 놀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나는 아침 저녁으로 도로교통법을 어기며 과속운전을 해왔다. 그런데 과속운전이라는 범법행위를 한 사실 자체보다도 내 마음을 더 무겁게 하는 것은 오랜 세월의 상습적인 범법행위에도 불구하고 죄의식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행 도로교통법은 일반도로의 경우 편도 1차로는 시속 60㎞, 2차로 이상은 70∼80㎞로 최고속도를 규제하고 있으며 고속도로에서는 100∼110㎞로 제한하고 있다. 이 최고속도 제한 규정이 얼마나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지는 운전자라면 누구나 늘 절실하게 느끼고 있을 것이다.

가령 편도 1차로 도로에서 시속 60㎞로 준법운행을 한다고 하자. 한산하던 도로는 비정상적으로(?) 저속인 내 차로 인해 금세 길게 정체를 이루고 나는 다른 운전자들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거나 욕설을 듣는 수모까지 겪을 것이다.

정부는 이제라도 현실과 동떨어진 제한속도 법규를 하루 속히 현실에 맞게 고쳐 대다수 국민이 법규를 준수하는 가운데 떳떳한 마음으로 일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그럼으로써 법이 스스로 범법자를 만드는 모순으로부터 벗어나 그 권위와 신뢰를 되찾도록 해야 하겠다.

물론 법규를 개정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분석과 여론수렴의 과정을 거쳐 최선의 대안을 찾아야겠지만 필자의 경험에 따라 단순하게 제안한다면 도로 종류별로 각각 현행 규정보다 20㎞씩 제한 최고속도를 상향조정하는 것이 적절치 않을까 한다. 그렇게 되면 제한 최고속도는 일반도로에서는 편도 1차로에서 80㎞, 편도 2차로 이상에서는 90∼100㎞가 되고 고속도로에서는 120∼130㎞가 되어 현재의 평균적 운행 속도치를 웃돌게 됨으로써 대다수 운전자들이 준법의 테두리 안에서 무리없는 운행을 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이관우(공주대 교수·독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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