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APEC회담 이후의 과제

  • 입력 2001년 10월 21일 19시 14분


‘새 세기의 새로운 도전에의 대응:참여와 협력을 통한 공동번영’이라는 주제를 내걸고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어제 정상선언문과 별도의 반(反)테러 특별성명을 내고 폐막했다. 이번 회담은 미국의 9·11 테러참사 이후 아시아 역내에서 열린 첫 다자회담이라는 점에서 특히 주목을 받았다. 물론 우리로선 미-일-중-러 등 주변국들과 양자회담을 통해 상호 이해의 폭을 넓히는 기회였다는 의미도 크다.

APEC는 전 세계 교역량의 48.7%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의 지역경제협력체이자 우리 교역량의 75%가 APEC 회원국과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가 결코 경시할 수 없는 모임이다. 이번 회담에선 세계무역기구(WTO)의 뉴라운드를 올해 안에 출범시키고 2010∼2020년까지 역내 무역을 자유화하자는 선언문이 채택됐는데 정부는 이런 일들이 앞으로 우리 경제에 끼칠 여파를 면밀하게 검토, 대비하고 있어야 한다.

APEC가 기본적으로 경제협의체의 성격을 갖고 있다지만 이번 회담의 최대 관심사는 역시 반테러 특별성명이었다. 세계의 다른 어떤 지역 협의체보다 이해관계가 복잡다기한 APEC 20개 회원국 정상이 한 자리에 모여 “테러는 모든 민족과 신념, 국가의 평화와 번영, 안보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라고 규탄하고 테러조직에 대한 자금 공급 차단, 대테러 능력 배양, 경기침체 회복방안 강구 등 7가지 구체적인 조치에 합의한 것은 큰 성과다.

이번 회담을 통해 4월 공군기 충돌사건 등으로 올 들어 줄곧 불편했던 미-중관계가 협력의 전기를 마련한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첫 대면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과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은 반테러 국제협력 및 세계경제의 글로벌화 등 현안에서 상당한 의견일치를 보았다. 이런 변화의 배후에는 미국의 ‘9·11 테러참사’가 기존 국제 질서를 변화시키는 새로운 축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정부는 주변 상황 변화를 예의 주시, 발빠르게 대처해야 할 것이다.

APEC는 한반도 평화와 관련한 우리의 입장을 주변국에 알리고 협조를 구하기 위한 핵심적인 무대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미-일-중-러와 가진 연쇄 정상회담도 유익했으리라 믿는다. 정부는 특히 3월 1차 정상회담에서 다소 어색한 모습을 연출했던 한미관계, 왜곡 교과서 문제와 꽁치조업 문제 등으로 줄곧 편치 않았던 한일관계의 새로운 돌파구를 이번 회담 이후의 후속 과정에서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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