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검찰 개혁안 미흡하다

  • 입력 2001년 10월 12일 18시 46분


검찰이 이례적으로 특별감찰본부를 만들어 내놓은 감찰 결과는 그동안 제기된 의혹을 풀어주기에 미흡하고 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타협적 결론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또 법무부가 이날 함께 발표한 검찰 개혁 방안도 대통령 직속 사법개혁추진위원회가 권고한 내용을 대부분 되풀이한 것이어서 국민적 공감을 얻기에는 크게 부족하다.

특별감찰본부는 당시 서울지검 특수 2부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하고 현직 고검장과 고검 차장의 사표를 수리한 것으로 마무리를 지었으나 특수부장 단독으로 이렇게 무리한 직권 남용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번에 발표된 감찰 결과만으로는 구속을 전제로 체포장을 집행하고 압수수색을 단행해 놓고 하루만에 풀어주는 무리한 처리에 대한 원인 규명이 충분하지 않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이 같은 감찰 결과는 여야가 합의한 특검에서 다시 검증을 받아야 한다. 특검에서 이번 감찰을 통해 드러나지 않았던 특수부장 윗선의 직권 남용 등 다른 사실이 밝혀진다면 검찰의 위신은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게 될 것이다.

검찰 개혁안에서 지연 학연으로 얼룩진 검찰 인사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검찰인사위원회를 심의기구로 격상시키고 외부 인사를 참여시키겠다고 하나 검사의 청렴도 등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평가제도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을 독립적으로 수사하기 위해 독립성이 강화된 특별수사검찰청을 두겠다는 것도 검찰총장의 지휘를 받는 검찰조직 내의 기구라면 옥상옥을 설치하는 것에 불과하다.

검찰청법에 규정된 군대식 상명하복 규정을 고쳐 부당한 상사의 명령에 대해서는 이의 제기를 할 수 있는 단서 조항을 신설하는 것도 사법개혁추진위원회가 권고했던 내용이다. 앞으로 어떤 세부적 규정이 마련될지 지켜봐야 할 일이지만 제도 못지 않게 운용이 중요하다.

이번 검찰 개혁안에서 검찰총장에 대한 인사청문회나 국회 임명동의 제도가 빠진 것은 유감이다. 대통령이 임명하고 상원이 인준하는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정치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임기가 10년이나 된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을 받은 루이스 프리 전 국장은 독립적으로 움직이며 백악관이 연루됐을 가능성이 있는 수사에 대해서는 백악관에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

검찰총장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가 검찰권 독립의 핵심이며 특히 검찰을 권력의 시녀로 부리지 않겠다는 집권 세력의 의지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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