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윤상호/장뇌도 믿을수 없으니…

  • 동아일보
  • 입력 2001년 10월 8일 19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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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에 수입된 북한산 장뇌(인삼 씨를 산에 뿌려 기른 것)에서 간암을 유발하고 눈과 피부 콩팥 등에 질환을 일으킬 위험이 높은 농약 성분인 ‘퀸토젠’이 잔류 허용치의 30배나 검출됐다.
우리 사회에는 ‘보약 맹신주의’가 퍼져 있다. ‘농약으로 재배한 산삼’은 우리의 보약 선호 성향과 장사가 된다 싶으니까 북한측이 농약을 마구 살포해 재배한 합작품이랄 수 있다. 농업진흥청 독성연구실 관계자는 “퀸토젠은 다른 농약에 비해 토양이나 작물에 대한 잔류성이 높아 87년부터 국내 사용이 금지된 성분”이라고 말했다. 그런데도 장뇌 수요가 급증하자 국내 업자들이 국산 가격의 5∼10분의 1에 불과한 중국산이나 북한산을 앞다퉈 수입하고 있다.
지난 한 해 북한에서 수입된 각종 농산물은 1만8000t(1600만달러 상당)에 이른다. 문제는 이들 농산물 중 상당수가 현지에서 유해성 여부에 대한 검사나 검역 등을 제대로 받지 않은 채 국내에 들어온다는 데 있다. 이번의 경우 수입허가 검사 때 해당 장뇌가 전량 반품 및 폐기 처분돼 다행이지만 보따리장사를 통해 들어오는 장뇌는 여전히 유통되고 있다. 서울의 경동시장 등 한약재 시장에서는 몇 년 전부터 보따리상들이 몰래 들여온 북한산 또는 중국산 장뇌가 거래되고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 한국산과 이 ‘유해 장뇌’를 육안으로 식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이번에 북한산 장뇌의 유해성을 국민에 구체적으로 알리지 않았다. 식약청은 또 6월 수입된 북한산 장뇌에서 퀸토젠과 함께 호흡곤란과 폐수종 등을 일으킬 수 있는 맹독성 농약 성분인 벤젠헥사클로라이드(BHC)가 잔류 허용치보다 3∼5배 높게 검출됐으나 역시 ‘쉬쉬’했다. 국민의 건강을 담보로 하고 있는 사안에 대해 식약청 관계자는 “북한산 농산물이 중국산에 비해 특별히 더 유해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윤상호<이슈부>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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