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밀착취재]웅진식품 조운호 사장

  • 입력 2001년 10월 8일 18시 56분


“15년째 아침식사로 선식을 하거든요. 선식 가루를 우유나 두유에 타 마시는 것이죠. 그럼 이건 ‘음료’인가요, 아닌가요”

웅진식품 조운호 사장(趙雲浩·41·사진)의 뜬금 없는 OX퀴즈. 답은 ‘O’이고 근거는 ‘아침햇살’로 족하다.

“한국 음료시장의 역사가 50년이라고 합니다. 그 전에는 사람들이 마시지 않았나요. 우리 조상들은 밥으로 식혜도 만들고 누룽지 끓여 숭늉도 마셨단 말입니다. 병이나 캔에 넣어 팔지 않았을 뿐이죠.”

조 사장은 웅진식품 부장이던 95년 ‘가을대추’로 ‘대박’을 터뜨렸으나 상사와의 의견차이로 다음해 웅진그룹 기획조정실로 자리를 옮겼다. 98년 매월 10억원씩 누적적자 400억원인 웅진식품에 기획실장으로 돌아온 그는 ‘주스·커피·탄산·차’류로 구분하는 음료범주에 ‘곡물음료’라는 새영역을 추가하는 시도를 해보기로 했다.

쌀음료인 ‘아침햇살’은 99년1월에 태어나 9개월반만에 ‘음료업계 최단기 1억병 판매돌파’기록을 세웠다. 이 기록은 지난해 조사장의 또다른 작품 ‘초록매실’이 깼다.

아침햇살은 올해 7월까지 7억1000만여병이나 팔렸다. 미국특허청은 7월에 ‘볶은 현미와 백미를 효소분해해 맑은 액을 얻어 쌀음료를 제조하는 법’을 특허로 인정했다.

“서양사람들이 병과 캔을 만들고는 즐겨 마시던 커피나 과일즙을 담았겠죠. 한국이었다면 뭘 담았을까요. 늘 마시던 매실차 보리차 대추차 쑥즙 곡식가루 아니겠어요.”

웅진의 초록매실 하늘보리 가을대추 쑥의향기 아침햇살. 기존 음료시장이 한 업체 판매량이 늘면 다른 업체 판매가 줄어드는 ‘포화시장’이었는데 웅진은 아예 새 영역으로 시장 자체를 넓힌 셈이다.

“지난달 한국능률협회에서 고객만족도 상을 받았는데 ‘곡물음료부문’이라고 돼있더군요. ‘곡물음료’가 하나의 분야로 자리잡았다는 의미죠.”

조 사장은 “가공식품이 쌀 과잉문제의 한 해소책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침햇살에 이제까지 들어간 쌀이 총17만t이라는 것.

만성적자이던 웅진식품은 지난해 매출 2570억원, 순이익 25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매출목표는 약5000억원. 총 수출액은 올 7월말까지 100만달러를 돌파했다.

“10년안에 코카콜라같은 기업이 되는 게 목표입니다. 코카콜라가 한국에 들어온 지 30여년만에 3000억 매출을 올린 것을 웅진은 3년만에 했으니까 코카콜라가 100년동안 한것을 10년안에 할수도 있는 거죠.”

조 사장은 “억지로 들리겠지만 코카콜라같은 세계적인 제품이 있다면 안될 것도 없다”고 말했다.

히트상품행진을 이어온 웅진의 다음 제품이 뭔지 물었더니 ‘기업비밀’이라고 했다.

“음료업계에 제품베끼기 경쟁이 심해요. 후발주자들이 덤핑·광고공세로 선발제품을 밀어내는 일도 흔하죠.”

그는 웅진이라고 해서 자유롭지만은 않은 음료업계의 병폐에 대해 설명하면서 “따라하기보다는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노력중”이라고 말했다.조 사장은 부산상고를 졸업, 81년 제일은행에 입사했고 88년 야간으로 부산산업대를 졸업했다. 별명은 ‘생각하는 불도저’. 90년 웅진그룹에 입사, 99년3월부터 웅진식품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조운호 사장 프로필▼

△1962년 전남 해남 출생

△1981년 부산상고졸업 제일은행입사

△1988년 부산산업대(야간·현 경성대)

회계학과 졸업

△1990년 웅진그룹입사

△1995년 웅진식품기획실장발령

‘가을대추’개발

△1999년 웅진식품대표이사 취임

△소망:한국음료 역사를 새로 쓴

‘사회운동가’로 인정받는 것.

△별명:생각하는 불도저

<김승진기자>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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