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근기자의 여의도이야기]코스닥 퇴출기준 모범답안은?

  • 입력 2001년 10월 8일 18시 51분


“그동안 부도가 난 기업들에게 퇴출 유예 기간을 줬었는데 유예 기간 동안 다시 살아난 기업이 얼마나 됩니까.”(진념 재경부장관)

“정확히는 모르지만 10% 정도 회생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정의동 코스닥위원장)

“회생 기업이 최소한 50%는 돼야 제도가 의미 있는 것 아닙니까. 제도를 조정해야하는 것 아닌가요.”(장관)

“그래서 지금 외국 제도를 검토하면서 퇴출 제도를 정비하는 중입니다.”(위원장)

지난 4일 진장관이 코스닥증권시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오간 대화다. 코스닥시장과 벤처캐피털 업계 관계자들, 그리고 코스닥 등록 기업의 대표들이 참석한 이날 모임에서 화제의 중심은 단연 ‘퇴출’이었다. 참석자들은 코스닥시장을 정상화하기 위해선 부실 기업을 곧바로 퇴출시킬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야한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자신의 기업이 퇴출 대상이 될 수도 있는 등록기업의 대표들까지도 현행 퇴출 제도는 너무 느슨하다고 입을 모았다.

사흘 뒤인 7일 재경부는 ‘코스닥 기업이 최종 부도처리되면 유예 기간 없이 바로 등록폐지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코스닥 시장의 퇴출 문제와 관련한 논의와 관계 기관의 대응이 최근들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코스닥 시장이 최근 대내외 악재를 맞아 더욱 피폐해지자 코스닥을 정상적인 시장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투기성 거래의 주 대상이 되는 관리종목이나 저가주를 손질하겠다는 의도다.

시장의 반응은 일단 기대해보자는 쪽이다. 한 증권사 임원은 “이번에는 정부의 각오가 예전과 달라 보인다”며 “늦은 감이 있지만 제대로 시스템을 정비해줬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시장에서는 부도 여부나 감사 의견에 따른 퇴출 뿐 아니라 1달러 미만으로 장기간 거래되는 종목을 퇴출시키는 미국 나스닥시장처럼 ‘가격 기준’을 적용한 퇴출 방식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일부에서는 “그동안 언론과 업계에서 줄기차게 퇴출 제도 정비의 필요성을 제기해왔지만 별로 달라진게 없었다”며 “이번에도 시늉만 하다 끝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불과 한 달전만해도 코스닥위원회측은 “퇴출 제도와 관련해선 아무 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고 밝혔는데 최근 장관의 코스닥 방문을 전후해서 부쩍 퇴출에 대한 논의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런 불신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책임자들이 모쪼록 혼신의 힘을 기울여 ‘모범 답안’을 내놓길 바란다. ‘이번에 제도를 제대로 정비하지 못하면 나 자신이 퇴출된다’는 각오를 해보는건 어떨까.

<금동근기자>gold@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