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SK배 명인전 3국, 유창혁 9단 이창호에 불계패

  • 입력 2001년 10월 7일 18시 59분


“이창호 9단을 5번기에서 3대 0으로 이기는 것이 이다지도 어려운가.”

5일 서울 한국기원에서 열린 제32기 SK엔크린배 명인전 도전 5번기 3국. 유창혁 9단이 2대0으로 앞선 상황이어서 바둑 팬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유 9단이 이기면 이 9단을 3대 0으로 셧아웃시키며 국내 타이틀 무관에서 벗어나게 된다. 최근 다승 1위를 기록하는 등 호조를 보이고 있는 유 9단이기에 그 가능성은 더욱 높았다.

이 9단이 입단 초기인 89년 24기 패왕전에서 조훈현 9단에게 3대 0으로 진 뒤에는 도전기에서 영패를 한 적이 한번도 없다.

그러나 막판에 몰린 이 9단은 여전히 침착했고 2대0으로 앞선 유 9단은 성급했다.

백(이 9단)이 미세하나마 두터운 바둑. 이 때 흑 1로 좌변 2선에 침투한 것이 유 9단다운 날카로운 수법. 그러나 다음 흑 3, 백 4의 교환이 바둑을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흑은 그냥 5의 곳으로 밀고 올라오던가 아니면 4로 붙여 승부로 나가야 했다. 흑 3, 백 4의 교환 때문에 백은 ‘가’로 두점 잡는 대신 백 8로 변신할 수 있었던 것. 아마추어로서는 교환이 있고 없음의 차이를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지만 유 9단은 “흑 3으로 조금 더 이득을 보려다가 바둑을 그르쳤다”고 거듭 후회했다.

한번 기회를 잡은 이 9단은 이후 특유의 완벽한 마무리로 승리를 지켜나갔다. 194수 끝 백 불계승. 4국은 11월 16일 열린다.

<서정보기자>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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