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충식/항공업 비상

  • 입력 2001년 10월 7일 18시 37분


하늘을 날고 싶은 인류의 오랜 꿈은 20세기에 비로소 실현되었다. 새처럼 하늘을 날아보기 위해 중세 사람들은 날개를 붙이고 교회 첨탑에서, 언덕 혹은 절벽에서 미친 듯이 펄럭이며 뛰어내리다 죽었다. 15세기 말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새와 닮은 모형을 설계했지만 비행기에 이르지는 못했다. 18세기에 겨우 풍선 기구를 띄우는 데 성공하고 19세기에야 초보적인 글라이더를 하늘에 날릴 수 있었다.

▷1903년 미국의 라이트 형제가 마침내 비행기를 발명해냈다. 라이트 형제는 아버지가 사준 장난감 헬리콥터에서 착안했다. 고무줄이 꼬였다가 풀리는 힘으로 그 장난감이 곧장 위로 치솟는 것을 보았던 것이다. 1905년 라이트 형제는 가솔린 엔진을 달고 38분 동안 38㎞를 나는 놀라운 시범을 보였다. 시련도 있었다. 발명 5년 뒤 미국 국방부에 비행기를 팔기 위해 시험비행 중 추락사고가 나고 중위 한 명이 죽고 말았다. 최초의 항공사고 사망자다.

▷미국 국방부는 그래도 안목이 뛰어났던지 라이트 형제로부터 비행기 한 대를 구입했다. 이어 러시아와 이탈리아도 라이트 형제의 ‘물건’을 사들였다. 1909년 형 윌버 라이트는 비행기를 타고 뉴욕 시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자유의 여신상을 멋지게 선회 비행한 다음,허드슨강을 따라 오르내려 갈채와 환호를 받았다. 20세기 항공기 시대는 이렇게 활짝 열렸다. 그로부터 한 세기도 채 지나지 않아, 바로 그 뉴욕의 허드슨 강변에서 세계무역센터를 향한 비행기 자살테러가 벌어지고 뉴욕 시민이 참변을 당해 세계가 경악했다. 기이한 인과라고나 할까.

▷테러사태 후 세계 항공업계가 날개 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가뜩이나 수지를 걱정하던 항공사들이 보험료 손실, 승객 감소로 거덜날 지경이라고 한다. 승객 유치를 위해 요금을 반 가까이 할인해 주는 등 제살 깎기 경쟁이 심해지고 노선 감축, 인력 감축 등 몸부림치고 있으나 활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테러의 직접 손실만 70억달러, 앞으로 1년치 매출 감소가 150억달러라는 보도도 있다. 항룡유회(亢龍有悔). 엉뚱하게도, 높이 나는 용이 후회한다던 주역의 한 구절을 떠올린다.

<김충식논설위원>seesche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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