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마당]강정민/동북아 핵통제기구 만들자

  • 입력 2001년 9월 28일 18시 46분


미국의 테러참사는 민간 여객기를 무기로 수많은 시민을 살상한 극단적 테러행위의 한 예를 보여준 사건이었다. 그런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테러집단이 만약 핵무기를 확보하여 대도시 테러에 이용한다면 그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17일 개최된 국제원자력기구(IAEA) 정기총회에서 핵무기물질(이하 핵물질)이 테러집단에 탈취되지 않도록 관련국들이 조치를 취할 것을 강력히 요청한 미국 에너지장관의 언급은 이런 우려를 반영한다.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한 테러집단의 핵 위협을 막으려면 관련국들이 삼엄한 보안조치를 취하여 핵물질의 탈취를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최선의 대책이다. 그렇다면 테러집단에 의한 핵 위협이 아닌 핵무장 가능 국가에 의한 주변 국가에의 핵 위협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떤 대비책을 세워야 할까. 동북아지역의 핵 확산 가능성에 대해 경고하면서 몇 가지 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일본은 이번 테러참사를 구실로 자위대의 활동 범위 및 권한의 확대를 꾀하고 있다. 이런 발빠른 움직임은 일본의 극우화 경향을 더욱 부채질할 우려가 있어 주변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일본은 4, 5㎏이면 한 개의 핵무기 제조가 가능한 추출된 플루토늄을 이미 30여t 보유하고 있으며 추출된 플루토늄 재고는 더욱 쌓여갈 전망이다. 따라서 지금은 평화적 이용을 내세우고 있지만 상황 변화에 따라 언제 핵무장의 길로 들어설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북한도 93년 이전에 추출한 플루토늄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 지금까지도 정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또한 IAEA의 핵사찰 수용을 여전히 거부하고 있으며 북-미 기본합의의 원칙인 핵 동결을 더 이상 지키지 않을 수도 있음을 내비치고 있다. 특히 주목할 것은 밀봉 상태로 보관 중인 8000여개의 사용후 핵연료 속의 플루토늄은 마음먹기에 따라 언제든지 핵무기 제조용으로 추출 가능한 상태라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북한이 상황 변화에 관계없이 핵무장을 하지 않으리라고 누구도 보장하기 힘들다.

반면 한국과 대만에서는 동북아지역의 핵 확산을 우려하는 미국의 강력한 정치적 압력 때문에 플루토늄 추출 및 플루토늄 핵연료의 사용이 전혀 허용되지 않고 있다. 그리고 플루토늄을 포함하고 있는 사용 후 핵연료는 하루 24시간 IAEA의 감시하에 있어 핵무기에 전용할 가능성은 생각하기 힘들다.

결론적으로 핵무기 보유국인 중국을 제외할 때 동북아지역에서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는 일본과 북한은 핵무기 제조 가능성이 있는 반면 한국과 대만은 거의 없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핵 확산 측면에서 볼 때 대단히 불안정한 동북아지역의 현 상황은 이 지역을 늘 군사적으로 긴장하게끔 만든다.

필자는 동북아의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해 ‘동북아 핵통제기구(가칭)’ 설립을 제안한다. 이 기구는 이 지역에서 새로운 핵무장 국가의 출현을 막기 위해 관련국의 핵 전문가로 구성되어 IAEA의 핵사찰과는 별도로 서로 핵사찰을 수행해 핵 의혹에 대한 상호불신을 제거하는 일을 주목적으로 한다. 이런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지역 내 핵무기 보유국들이 비보유국에 대해 핵무기를 사용하거나 사용 위협을 하지 않는다는 협약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강정민(핵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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