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연휴 소래포구로 떠나볼까"

  • 입력 2001년 9월 28일 01시 53분


호랑이가 온다고 겁을 줘도 울음을 그치지 않던 아이가 곶감을 준다는 소리에 울음을 그치자 밖에 있던 호랑이가 놀라 도망갔다는 전래동화가 있다. 인천 부평구 계산동 주공아파트에 사는 박주환군(4)에겐 ‘곶감’애기는 통하지 않는다. 대신 ‘꽃게’를 준다고 하면 울음을 뚝 그친다. 주환이는 꽃게만 보면 군침을 흘기 때문이다. 꽃게를 먹고 나도 집게는 주환이의 장난감이 돼 몇일 동안 손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주환이의 집에서는 ‘꽃게’가 현대판 ‘곶감’역활을 하고 있다.

이번 추석연휴에는 제사도 지내고 오랫만에 만난 가족, 친척 등과 함께 소래포구에서 ‘꽃게 잔치’를 벌여보자. 빨갛게 쪄낸 꽃게 등딱지를 까고 다리를 ‘북’ 뜯으면 김 모락모락 나는 새하얀 살이 모습을 드러내는 꽃게찜은 일품이다. 이보다 더 쫄깃쫄깃하고 달고 고소한 음식이 있을까. 상 위로는 ‘아작아작’, ‘쪽 쪽’ 게 껍질과 손가락 빠는 소리만 흐른다.

소래포구 어선들은 추석연휴기간에도 정상 출어를 하고 상인들은 정상영업한다.

소래꽃게는 서해안 꽃게 중에서도 최고 상품으로 꼽힌다. 덕적도, 이작도 등 인근 연안해역에서 200여척의 어선이 이른 새벽에 나가 잡아온 싱싱한 꽃게를 매일 쏟아놓고 있다.

소래포구 수산물센터 관리인 이찬희씨(55)는 “연근해에서 꽃게를 잡아 포구에 들어오기까지 불과 2∼3시간에 밖에 걸리지 않아 선도가 뛰어나고 꽃게 특유의 쫄깃쫄깃한 살 맛이 일품”이라고 말했다.

포구 입구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도로 양옆에 길게 늘어선 50여곳의 횟집이 손님들을 맞는다. 이 횟집들은 매운탕, 찜 등 제각기 색다른 꽃게 요리로 손님들을 유혹하고 있다. 빨갛게 쪄낸 등딱지를 까고 다리를 북 뜯으면 김 모락모락 나는 새하얀 살이 가득한 꽃게찜.

그길을 똑바로 따라가면 막다른 길에 수협공판장이 나타난다. 어민들이 잡아온 각종 생선을 상인들에게 ‘경매’로 넘기는 장소다. 꽃게 바구니를 쭉 늘어놓고 특이한 목소리와 신기한 손짓으로 연신 수(手)신호를 교환하는 경매 장면도 목격할 수 있다.

공판장 바로 옆길이 포구로 통하는 길. 포구 바로 앞 골목길에 있는 100여곳의 노점 횟집 좌판에는 살아 숨쉬는 꽃게가 가득하다. 광어, 우럭, 놀래미 등 다른 활어회를 즉석에서 떠주기도 한다.

꽃게 가격은 활게가 1㎏에 1만2000원∼1만3000원. 배에서 죽은게는 8000∼9000원. 광어 한마리에 1만원에서 제법 큰놈은 2∼3만원. 길이 100여m이르는 골목을 지나면 추억이 서린 유명한 소래포구가 한 눈에 들어온다. 예전 ‘꼬마열차’로 불리운 협궤열차가 달리는 수인선. 지금은 열차는 사라지고 연인들의 낭만적인 데이트코스로 이용되고 있다. 소래포구 어촌계 032-442-6887

꽃게는 크기만 보고 고르면 안된다. 속이 빈 ‘날나리 게’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묵직하고 게딱지의 짙푸른 검정색이 선명하면서 윤기가 나는 것이 좋다. 특히 다리가 모두 붙어있어야 싱싱한 것이다. 다리 밑부분에 청색 빛이 완연한 것이 더욱 싱싱하다. 비슷한 크기라면 당연히 무거운 꽃게가 먹을 수 있는 살이 더 많다. 보통 암게가 수게보다 살이 연하고 맛있어 조금 비싸다. 암게와 수게는 배모양으로 구분되는데 암게는 둥근 마름모 꼴이다.

<박정규기자>jangk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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