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이용경/능력있는 여성에게 기회를 주자

  • 입력 2001년 9월 21일 18시 33분


세계 각국의 수준을 비교할 때 교통사고 사망률과 함께 우리 사회가 부끄러워해야 할 수치가 있다. 매년 하위권을 면치 못하는 여성의 경제활동 비율이다. 국가별 남녀평등지수 세계 1위인 캐나다의 1970년대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자원이 부족하고 균형적인 산업구조를 갖지 못한 우리나라가 빠르게 발전한 데는 우수한 인력의 역할이 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남성 위주의 인력구조가 심화됐다.

인적 자원의 개발이 정보강국과 지식기반 사회의 건설을 앞당기는 초석인 점을 고려할 때 이제는 여성 인력을 적극 활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직도 여성의 사회활동에 대해 부정적인 선입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필자와 함께 일했던 여성 직원들을 떠올려보면 그들은 업무 능률에 있어서 결코 남성 직원들에 뒤지지 않았다.

국제회의에 참석하거나 사업상 미팅을 가질 때 뛰어난 여성 최고경영자(CEO)나 석학들을 자주 만난다. 그들은 하나같이 전문지식으로 무장되어 있고 자신감에 차 있으며 폭넓은 대인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여성은 남성과 동등한 비즈니스 능력을 갖고 있고 개발 여하에 따라 남성보다 탁월한 역량을 발휘하는 경우가 많았다.

현대사회는 정보기술(IT) 산업이 근간을 이루고 있고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이 계속 커지고 있다. 따라서 여성의 섬세한 면이 큰 장점이 될 수 있다.

선진국은 물론 아시아에서도 여성 대통령이 당선되는 현실을 감안하면 국내에서도 유능한 여성 CEO나 임원들이 많이 등용되고 각계의 중심에 진출해야 한다.

여성 인력의 개발을 위해서는 우리 사회가 준비해야 할 일들이 많다. 우선 성차별을 은연중에 고착시키는 학교 교육이 개선되어야 하고 기업 내에서도 남녀차별이 없는 공정한 평가와 승진 시스템이 자리잡아야 한다.

물리적인 제도 개선 못지 않게 남녀의 역할에 대한 편견을 버리는 것도 중요하다. 동등한 인격과 전문성을 소유한 동반자로서 서로를 바라보고 이해해야 한다. 여성이 육체적 정신적으로 나약하다는 고정관념을 탈피하고 오히려 현실적 제약을 극복할 수 있도록 격려와 칭찬을 아끼지 않는 풍토가 만들어져야 한다.

여성도 맡은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스스로 주위 환경에 위축돼서도 안 되지만 지나치게 남성화되어 술자리 등을 마다하지 않고 남성과 보조를 맞추겠다는 ‘슈퍼우먼’의 강박관념을 가질 필요도 없다. 능력이나 외모, 성격 등 자신의 본모습 자체로 인정받는다는 마음가짐이면 충분하다.

여성 인력의 개발이 21세기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다. 무조건 여성에게 배려하거나 양보하자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반을 차지하고 있는 여성이 남성과 똑같이 능력을 발휘하고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는 ‘기회’를 주자는 것이다. ‘한강의 기적’으로 표현되는 과거 경제개발에 남성이 주역을 담당했다면 이제 21세기 정보강국의 실현에는 여성이 앞장서는 모습을 보고 싶다.

이용경(KTF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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