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반지의 제왕' 시사회장 "몰래 카메라를 찾아라!"

  • 입력 2001년 9월 20일 18시 50분


얼마 전 서울 중앙시네마에서 열린 영화 ‘반지의 제왕’의 26분 짜리 특별 편집본 시사회에서는 희한한 풍경이 연출됐다.

‘금속탐지기’를 든 두 명의 검색요원이 상영관을 막아서서 참석자 400여명의 몸과 소지품을 일일이 훑어 조사한 뒤 입장시킨 것.

‘반지의 제왕’의 수입사인 시네마서비스 김정상 사장은 이날 시사회 시작에 앞서 “입장할 때 불편을 끼쳐 죄송하다”며 “이는 제작사인 미국 뉴라인시네마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양해를 구했다.

흡사 공항 보안 검색대에서나 볼 수 있는 ‘금속탐지기’가 시사회장에 등장한 까닭은 얼마전 발생한 미국의 테러사건 때문은 아니었다. 최근 6mm 카메라로 영화를 몰래 촬영한 뒤 개봉 전 미리 인터넷에 띄우는 사례가 빈발하자 이를 색출하기 위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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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상 최다 제작비(2억7000만 달러)를 들인 ‘반지의 제왕’은 개봉 전까지 모든 내용을 비밀에 붙인다는 전략에 따라 이날 특별 편집본 시사회장에 금속탐지기까지 동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시사회에서도 2명이 6mm 카메라를 들고 들어가려다 금속탐지기에 적발됐다고 홍보대행사 ‘영화인’측은 밝혔다.

또 개봉에 앞서 짧게 편집된 ‘맛보기 필름’의 경우 자막작업 등을 할 수 있도록 미국 영화사가 국내 수입사측에 시사회가 열리기 1∼2주일 전 미리 보내주는 것이 상례. 그러나 ‘반지의 제왕’의 경우 행여 이 과정에서 내용이 새나갈 것을 우려해 아예 미국 영화사 부사장이 직접 필름을 들고 와 시사회 당일에야 수입사에 넘겨줄 정도로 보안에 만전을 기했다.

올해 개봉된 할리우드 화제작 중 ‘한니발’ ‘미이라2’ ‘슈렉’ 등은 국내 개봉 전부터 인터넷에서 인기를 끌었던 영화. 한국 영화 사상 최대 흥행기록을 세운 ‘친구’ 역시 6mm로 촬영돼 인터넷에서 많은 사람들이 봤다. 이는 당연히 ‘범법 행위’지만 ‘공유’를 기본 개념으로 하는 인터넷 특성상 네티즌들이 별다른 죄의식 없이 ‘인터넷 개봉’을 한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강수진기자>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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