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정보화 현장-4] 삼성 에버랜드

  • 입력 2001년 9월 20일 14시 12분


삼성 에버랜드 소속으로 경력 6년째인 영양사 최영화씨(27). 요즘 ‘영양사에게 경력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얼핏 든다.

영양사의 경험과 노하우랄 수 있는 ‘단가에 맞는 메뉴 구성’을 두달전부터 사람 대신 기계가 척척 알아서 처리해주기 때문이다.

삼성 에버랜드 유통사업부는 95년 시작한 외식사업을 올해 들어 획기적으로 혁신했다. 구내 식당을 운영하는 많은 회사들이 비용절감 차원에서 한 끼당 식사단가를 정해 놓고 운영비가 초과되더라도 보조해주지 않는 단가제로 제도를 바꿨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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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40% 수준인 단가제 계약사업장은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 얼마만큼 단가에 맞춰 맛있는 식단을 짜느냐가 생존의 ‘화두’가 된 것이다.

영양사들은 보통 10일∼2개월 앞서 식단을 짜고 발주를 한다. 두달 뒤 식료품 재료의 가격을 예상할 수 없기 때문에 현재 시세대로 예상해서 발주하기 마련. 요즘같이 채소류 육류 값이 자주 변하는 상황에서는 두달 뒤면 식재료 비용이 예상과 빗나가는 경우가 많다.

삼성 에버랜드가 7개 사업장을 조사한 결과 20%만이 예상단가를 ±10% 오차범위 안에서 제대로 예측하고 있었다.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유통사업부가 도입한 것이 ‘단가 예측 정보제공 시스템’. 이 사업부 정운탁(鄭雲卓)차장은 “식재료는 단체급식에서 원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원가를 줄이려면 메뉴를 짤 때 미래의 단가를 정확히 예측해야 하고 같은 품목을 가장 싸게 사야 한다. 식재료의 경우 연중시황 등을 데이터베이스화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에버랜드 유통사업부의 바이어(물품구매담당자)들은 이에 따라 매달초 그달 중순 또는 그 다음달 가격결정을 위해 시장조사를 실시한 뒤 예측단가를 컴퓨터에 입력한다. 영양사는 바이어들이 넣어둔 예상 구입가를 기준으로 다음달 식단을 짜고 사전에 정해둔 원가를 넘는지 확인한다. 영양사들의 ‘직감’에 의해 식단을 짜던 때와는 완전히 다른 형태.

원가를 초과한다면 메뉴를 재조정하고 적정원가면 메뉴로 등록한다. 등록된 메뉴를 바탕으로 식재료 소요량을 주문하며 이 때 최저가 검색을 실시한다.

예를 들어 오이를 재료로 선택했다면 5∼6월에는 가장 싼 품종으로 ‘취청오이’가 추천된다. 양지머리(국 끓일 때 쓰이는 쇠고기)의 경우 미주산 호주산 국내 육우(일반 중등 고급) 등의 단가가 모두 뜬다.

영양사 최영화씨는 “이 시스템을 이용해 원가 안에서 식단을 짤 수 있는 확률이 높아졌다”며 “전에는 하루치 식단 짜는데 2시간 가량 걸렸지만 지금은 30분이면 끝난다”고 말했다.

에버랜드는 올 연말까지 바이어들의 단가예측 능력을 현행 75% 수준에서 95%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에 따라 단가 오차율도 26%에서 13%로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선의 서비스를 하면서 원가를 절감하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임숙기자>artemes@donga.com

▼전문가 기고▼

좋은 제품이라해서 반드시 많이 팔리는 것은 아니다. 막대한 비용을 투자한 기업들이 실패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고객을 고려하지 않고 개발자와 회사의 생각만 앞세우는 것은 실패의 지름길이다.

기업 정보화도 마찬가지다. 기업정보화에 대한 욕구가 커지면서 많은 기업들이 큰 비용을 들여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하지만 사용자로부터 외면받는 사례가 많다.

회사 여건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데다 사용자를 중심에 놓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대표적으로 기업정보화에 성공한 회사는 제너럴 일렉트릭(GE)이다. 정보시스템을 개발할 때 사용자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정확히 파악하고 반영하는 것을 최우선의 원칙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삼성 에버랜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 회사는 엔터테인먼트 전문 기업으로서 오랫동안 고객을 중심에 놓고 생각하는 고객만족경영을 추구했다. 사내 정보시스템을 개발할 때도 또 다른 고객인 직원을 중심에 놓고 생각했다.

삼성 에버랜드 유통사업부는 많은 사람들이 제조 회사의 품질개선 기법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는 ‘6시그마’를 서비스 분야에 확대 적용했다.

예를 들어 최저가 품목을 몇 개 사용하는지에 따라 불량률 지수를 정하고 이를 100만개당 불량률을 3.4개로 맞춘다는 6시그마에 맞췄다. 그 결과 짧은 기간안에 적은 비용을 들이고도 사용자(직원)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많은 돈과 오랜 기간을 투입한다는 게 꼭 좋은 결과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중소기업처럼 대규모 투자가 부담스러울수록 각자의 여건에 맞는 정보화를 해야한다.

김창대/PWC컨설팅 상무이사 changdae.kim@kr.pwcglob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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