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한국의 시민사회, 현실과 유토피아 사이에서'

  • 입력 2001년 9월 14일 18시 35분


한국의 시민사회, 현실과 유토피아 사이에서 김호기 지음 306쪽 1만원 아르케 신문이나 저널의 글들은 시의적인 것이 대부분이지만 필요에 따라 다시 찾게 되는 글들이 있다. 때로 가슴 저미는 서정이나 통렬한 풍자를 담은 글들이 그러할 수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당대의 사회변동을 잘 포착하고 적절한 설명을 제공하는 글들이 특히 더 그러하다. 그간에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접할 수 있었던 김호기 교수의 글은 이런 점에서 학술담론과 현실의 폭을 좁히는 실천적 아카데미즘의 좋은 본보기로 주목받아 왔는데, 이번에 이를 한 권의 책으로 묶었으니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의 일관된 주제는 ‘시민사회’이다. 국가와 시장을 넘어 이제 우리시대의 새로운 가능성으로서의 시민사회는 기실 대단히 복잡한 지형을 이루고 있다. 이 분야의 학술적 진전이 더딘 이유 가운데 하나가 여기에 있을지 모른다. 김 교수의 노력이 돋보이는 것은 무엇보다도 이런 주제와 시종일관 치열하게 싸워 왔다는 점이다. 아울러 온통 가벼움 투성이인 이 시대에 다소 무거운 주제랄 수 있는 ‘시민사회론’을 지적 대중을 향해 특유의 호방한 언어로 거침없이 풀어내는 점이 그렇다. ‘김호기식 풀어냄’의 일단이 바로 이 책에 묶여 있다.

네 부분으로 구성된 내용 가운데 제1부는 현대의 사회변동과 시민사회, 사회운동에 관한 서구 주요학자들의 논의를 깔끔하게 소개하고 있다. 제2부는 시민사회와 NGO에 관한 20개의 짧은 글을 모은 것으로 거대담론을 지향하면서도 일상적 삶에 관한 세심한 배려를 놓치지 않는 저자의 관심사들이 매혹적이다.

☞ 도서 상세정보 보기 & 구매하기

간간이 드러나는 소박한 삶의 정서는 독자들의 긴장을 늦추기도 하고 문학과 예술과 역사를 넘나드는 특유의 해박함은 읽는 재미를 더해 주기도 한다. 학술적 수준에 가깝다고 할 수 있는 제3부의 글들은 시민사회에 관한 저자의 문제의식이 응축되어 있다.

특히 서구 시민사회론에 대한 비판적 논의와 한국의 시민문화에 대한 성찰은 저자의 고민을 읽을 수 있는 지점이자 우리사회의 ‘심장을 겨누는 또 하나의 화살’이다. 국내에서 출간된 주요 저술에 관한 서평들 역시 내용뿐만 아니라 형식에 있어서도 다양한 층의 독자들에게 모델이 될 만하다.

저자는 현실을 굳건히 딛고 있으면서도 유토피아의 꿈을 간직하고 있다. 그러기에 그의 글들은 무거운 주제들을 다루고 있으나 침울하지 않고, 쉽게 읽히지만 결코 경박하지 않다. 이만한 고민을 담고 이만한 글을 만드는 저자와 우리시대를 함께 한다는 것이 또 하나의 즐거움이 아닐 수 없다.

조대엽(고려대 교수·사회학)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