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추기경도 비판한 ‘언론개혁’ 방식

  • 입력 2001년 9월 13일 18시 31분


김수환(金壽煥) 추기경이 현 정부의 언론개혁작업과 관련해 한 발언은 그가 우리 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 때문에 더욱 무게가 느껴진다.

김 추기경은 그제 사제 수품(受品) 5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우리 사회의 여러 부분에 고쳐야 할 한국병이 많고 언론이나 교회도 예외가 아니다”며 “하지만 정부가 개혁을 위해 하고 있는 방법이 과연 좋은 결과를 내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그렇지 못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특히 언론개혁을 하되, 위정자가 언론인과 만나 진지하게 어떻게 개혁하면 좋을지 얘기를 나누고, 잘못된 것을 고쳐달라고 호소하는 것이 더 효과가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한 것은 언론개혁에 대한 한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우리는 우선 언론에도 개혁할 부분이 있다고 한 데 대해 이의가 없다. 그동안 언론사 스스로 자율적 개혁 작업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섰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정부는 언론개혁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김 추기경의 지적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그의 발언은 지금 진행되고 있는 언론개혁작업이 목표를 미리 정해 놓은 채 일방적인 밀어붙이기 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지적한 것으로 이해된다.

실제로 연초 대통령의 언론개혁 언급 이후 언론사세무조사 부당내부거래조사 신문고시부활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됐다. 이 결과 언론사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엄청난 세금이 추징됐고 급기야 일부 언론 대주주가 구속되기에까지 이르렀다. 결국 정부가 목표로 하는 언론개혁작업의 내용은 ‘비판언론 길들이기’라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이 과정에서 사회 전체는 양극화로 치달았고 생산적인 토론의 장은 파괴됐다. 그동안 우리사회의 많은 원로와 지식인, 국제 언론단체나 언론매체들이 나서 이 같은 문제점을 지적하고 민주적 해결을 강조했지만 정부는 외면했다. 지금은 무엇보다 국력을 하나로 모아야 할 때라고 강조한 김 추기경의 말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읽혀진다.

김 추기경의 말대로 정부가 언론인들과 만나 진지하게 얘기를 나누고 이 과정에서 서로가 공감할 수 있는 개혁방안을 찾았다면 상황이 여기까지 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언론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언론사와 언론인은 물론 사회 구성원 모두가 개혁의 방식에 충분히 공감해야 한다.

정부는 언론문제로 더 이상 국력이 흐트러지는 상황이 계속되지 않도록 자성과 재점검의 시간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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