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13일부터 '구순 기념전' 여는 월전 장우성화백

  • 입력 2001년 9월 12일 18시 40분


올해 구순(九旬)을 맞이한 월전 장우성(月田 張遇聖) 화백이 고령에도 불구하고 식지 않는 예술적 열정으로 그려낸 신작들로 ‘구순 기념전’을 갖는다. 13일부터 26일까지 서울 종로구 팔판동 월전미술관 별관 백월(白月)빌딩 3층 가진화랑에서 열리는 ‘월전노사(月田老師) 구순기념 초대전’.

현존 화가 중 최고 원로에 속하는 월전은 99년 가진 ‘미수(米壽·88세) 기념전’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전시회에서도 최근 작품들로 꾸몄다. 이만한 고령에도 활발하게 활동하는 화가는 동서고금의 미술계를 통틀어 드문 일로 꼽힌다.

월전은 “나이가 들면 대개 손이 떨리는 수전증이 와 작품활동을 하지 못하는데 나는 아직 손이 떨리지 않아 작품활동을 계속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건강유지 비결에 대해 “비결이라고 할 수도 없지만 규칙적인 생활과 운동을 하는 게 나름의 비결”이라고 밝히면서 “특히 73세 때 주위 친구들의 권유로 시작한 골프가 건강 유지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맑은 공기를 마시면서 친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걷는 것이 골프의 장점이라는 게 그의 설명. 95∼97타를 치지만 스코어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러면서 그는 “너무 욕심을 내 아등바등 사는 게 결국 자신의 생명을 갉아먹는 일”이라면서 “물질이나 명예에 대한 욕심을 부리지 않는 게 건강에 최고”라고 덧붙였다.

요즘도 그는 월전미술관 내 자신의 작업실에서 작품을 한다. 좋은 구상이 떠오르면 몇 시간씩 몰두하지만 마음이 내키지 않으면 며칠 동안 붓을 들지 않는 것이 그의 작업 스타일.

이번에 출품된 작품은 간결 담백하면서도 꼿꼿한 선비정신이 엿보이는 소품의 문인화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 오늘의 현실세태에 대한 비판을 담은 그림에 직접 지은 한시(漢詩)를 써넣어 높은 격조를 느끼게 한다.

넓은 들판에 외로이 서 있는 거위 한 마리를 그린 ‘낙오된 거위’, 요즘 젊은이에게서 느끼는 이질감을 표현한 ‘단군 일백 오십대 손’, 정치판의 이전투구를 풍자한 듯한 ‘개들’ 등 20점이 전시된다.

특히 서세옥 박노수 이종상 등 지금은 화단의 중진이 된 60, 70대의 서울대 미대 제자들이 자신들의 작품으로 만든 화첩을 이번 전시에 내놓아 스승의 구순 기념전을 축하해 눈길을 끈다.

그는 1932년 선전(鮮展)에 입선한 이래 국전 추천작가와 심사위원, 서울대와 홍익대 미대 교수 등을 지내며 많은 제자를 길러냈으며 한국화단의 중추 구실을 해 왔다. 현충사의 이충무공 영정을 비롯해 김유신, 강감찬, 정몽주, 윤봉길 영정을 그리는 등 초상화에서도 일가를 이뤘다. 02-738-3583

<윤정국기자>jk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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