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농구]여자프로농구 여름리그 MVP 신세계 정선민

  • 입력 2001년 9월 10일 18시 41분


“정말 잘 한게 없는데 졸지에 스타가 됐어요.”
“정말 잘 한게 없는데 졸지에 스타가 됐어요.”
녀는 예뻤다.’

9일 2001여자프로농구 여름리그 최종결승전에서 부상에도 불구하고 25득점을 올려 팀에 세 번째 우승을 안긴 ‘코트의 여왕’ 정선민(27).

최종 5차전까지 가는 치열한 챔피언결정전을 우승으로 이끌며 최우수선수(MVP)에 오른 정선민과 10일 오전 마주 앉았다.

땀에 젖은 유니폼 대신 검은색 가디건과 바지를 차려입은 그녀는 대학 캠퍼스에서 만날 수 있는 싱그러운 20대 여대생의 모습이었다.

“정말 예쁘네요”라는 말에 수줍은 듯 웃는 그녀는 승리를 이끄는 ‘코트의 여전사’라기보다는 떡볶이를 좋아하는 평범한 아가씨였다.

“정말 축하해요, 이번이 몇 번째 최우수선수(MVP) 수상인가요?”

“우승할 때마다 MVP에 올랐으니까 프로 이후 세 번째네요. 다 동료들이 도와준 덕분이죠.”

즐거워 웃는 그녀에게 ‘기회는 이때다’라는 생각에 ‘끔찍한’ 질문을 했다. “쌍꺼풀 수술은 언제 했어요?.”

사실 그가 MVP상을 수상할 때 경기장 밖에 있던 팬들 사이에는 ‘정선민이 쌍꺼풀 수술한게 너무 티가 나더라’라는 말이 무성했다.

그녀가 처음이라며 털어놓은 고백. “수술한게 사실이에요. 제가 눈이 정말 나쁘거든요 중학교 3학년때부터 렌즈를 꼈어요. 쌍꺼풀수술하면 렌즈 끼기도 편하고 해서 수술했지요. 얼굴에 흉터도 있고 해서 지난 겨울에 또 한번 수술했어요.”

“국내에서 이룰 것은 다 이뤘다고 볼 수 있는데 다른 욕심은 없어요?.”

“미국 여자프로농구(WNBA)에 꼭 진출하고 싶어요.”

“팀에서 놔 주지 않을텐데….”

“감독선생님과 참 많은 얘길 했어요. 올 11월이면 자유계약 선수로 풀리는데 WNBA에서 오라고 하는 만큼 꼭 한번 도전하고 싶어요.”

지난해 시드니올림픽 여자농구 4강의 일등공신인 정선민은 당장 WNBA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국내여자농구 최고의 테크니션. 올해 WNBA 챔피언인 LA의 마이클 쿠퍼감독 등 WNBA에서도 정선민의 팬이 많아 올 4월 최초로 초청장을 받기도 했다.,

“실업 9년차인데 언제까지 코트에서 뛸 생각인가요?.”

“솔직히 너무 힘들어서 매번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죠, 하지만 힘 되는데까지 해 볼 생각이에요.”

국내 여자농구에서 ‘모든 것’을 이뤘다고 할 수 있는 정선민. 그에게도 불행과 고민이 있을까?

“기회가 되면 꼭 말하고 싶었어요”라며 마른 기침을 한 정선민은 그의 ‘고생’ 얘기를 하는데 숨김도 없고 거침도 없었다.

“딱 세 번 있었죠, 마산 교동초등학교 4학년 때 마냥 좋아 농구를 시작했는데 마산여중 진학 때 코치선생님이 ‘너는 안되니까 농구 그만두라’고 하시는 거에요, 고집으로 계속했죠. 두 번째는 마산여고 1학년 때 청소년대표로 처음 선발됐는데 (전)주원언니와 (유)영주언니 등 고참들이 쟁쟁하잖아요? 내 성격에 안된다라고 생각해서 농구 그만 두려고 했지요. 가장 최근에 회의가 들었던 때는 98년 농구대잔치 우승하고 당시 소속팀 선경이 해체했을 때지요.“

정선민은 자타가 공인하는 올라운드 플레이어. 농구를 처음 시작했던 초등학교 시절 농구부에서 가장 키가 작아 리딩가드를 맡았다. 중학교에선 슈터인 스몰포워드. 중3 때 키가 부쩍 자라 고등학교에 진학해서 센터를 맡았다. 그의 올라운드 플레이어 자질은 여러 포지션을 경험했던 노하우에서 나타나는 것.

“곧잘 혼자 농구한다는 비판이 있는데….”

이 질문이 나오자 목소리가 높아졌다.

“제가 제일 싫어하는 농구가 혼자하는 농구에요. 하지만 어떤 때는 아무도 책임지려 하지 않아 저 혼자 할 때가 있어요. 그게 제 잘못인가요?”

지난달 25일 삼성생명전. 정선민은 4쿼터에서 혼자 팀 전체득점인 11점을 넣었지만 패배한 적이 있다.

그 때 정선민은 코트를 떠나며 펑펑 울었다. 왜 혼자 책임질 수 없는 현실이 너무너무 억울해서….

“비약인지 몰라도 그래서 제가 WNBA에 기를 쓰고 진출하려고 하는 거에요. 더 이상 ‘신세계〓정선민’이라는 등식은 없어져야 해요. 허윤자 선수진 등 능력있는 팀 후배들의 길을 막고 싶지도 않고요.”

꽉찬 스물일곱. 애인이 있을까?

“하하하.” 흰 치아를 다 들어낸 채 큰소리로 웃으며 “없다”고 머리를 절레절레 흔든다. 그러면서 “키가 크고 대화도 되는 사람, 특히 농구를 잘 아는 사람이면 참 좋겠어요”라고 이상형을 말하며 살포시 웃는다.

◇정선민은?

△생년월일〓74년 10월12일

△신장〓1m84

△출신교〓마산교동초-마산여중-마산여고

△별명〓백마

△혈액형〓B형

△한방체질〓태양인

△가족관계〓1남1녀 중 장녀. 남동생은 상무팀 정훈종(2m5)

△e메일〓coolcatsunmean@hanmail.net

△스트레스 해소법〓음악크게 틀어놓고 노래부르기

△좋아하는 가수〓지오디(god), 박진영

△가장 맘에 드는 플레이를 하는 선수〓조성원(LG)

<전창기자>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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